항소심서 '부부간 강간죄' 첫 인정...“폭행 통해 성관계할 권리 없어”

2012-09-25     최소연 기자
[매일일보]  서울고법이 항소심 법원 가운데 최초로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최상열)는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폭력특별법상 강간 등 상해)로 기소된 정모(4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협박을 통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그러므로 부인 역시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인이 자녀들에게 밥을 차려주지 않은 채 잠자고 있어 정씨가 격분했던 점, 상해를 가하며 성관계를 요구한 뒤 추가로 폭행하지 않은 점, 상해를 가한 시점과 성관계를 요구한 시점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4월3일 술을 마신 채 인천 모 아파트 자택에 돌아와 부인과 다투다 흉기로 찔러 전치 2주 부상을 입힌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약간의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이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1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사례는 2년 전에 있었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2009년 1월 필리핀인 아내 A씨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된 회사원 L씨(42)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L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결과 2심에서 공소가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