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회창이 달라졌다?

“총재라고 부르지 마세요”…테러 이후에도 “애정의 표현” 파격 발언 놀라워라~

2007-11-15     최봉석 기자

‘대쪽’ 이미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점퍼’ 차림으로 ‘부드러운’ 이미지
정치권 “서민정치인 변신” 평가…일각 “속내까지 달라진 것 아니다” 반박

[매일일보닷컴] 그 속내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일단 ‘외견상’으로 볼 때,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가 확실히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명분과 원칙을 고수했던 과거 ‘대쪽’ 이미지는 온데 간데 사라졌다. 또 경기고-서울법대-법관-감사원장-총리-대통령 후보로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질주했던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늘상 ‘점퍼’ 차림을 즐겨 입는 등 ‘부드러운’ 이미지의 서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질 정도다.

한 예로 지난 14일 이 후보가 부산 범어사를 방문했을 때 대성 주지스님은 그를 보고 “엘리트처럼 보였는데 이제 서민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 앞서 지난 9일 이 후보가 보여준 행동은 좀 더 ‘파격적’이었다.이 후보는 이날 선거 캠프가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2층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회의에서 노타이에 점퍼 차림으로 등장,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로 올라가 “국민이 보기에 이회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그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며 “앞으로 저를 총재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 후보가 과거 19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대선 행보에 나서고 있어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200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이 후보가 정말 달라진 것인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이 후보 캠프 측은 “끝까지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뛰겠다”고 강조하는 등 그동안 단점으로 거론된 ‘대쪽같다’ ‘냉혹하다’ ‘학자같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냉혹하다’ 이미지 탈피하겠다

지난 13일 이 후보가 보여준 행동은 변화의 폭이 너무 커 ‘적응이 조금 힘들다’는 주변 관계자들의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이날 대구시 서문시장을 방문하던 도중 한 남성으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은 뒤, 아무렇지도 않는 듯 “내게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상황이 이럴 정도니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회창 후보에 대한 평가절하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남경필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의회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이 후보는 5년 전, 당 후보시절에는 모텔에서 주무시라고 하면 화를 냈던 분”이라며 그의 서민적 행보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담회에 함께 했던 정진섭 의원(한ㆍ광주)도 “이 후보의 서민행보를 보면 격세지감”이라며 “(2002년 선거유세 때) 길거리에서 어묵이라도 먹으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보이자고 건의하면 ‘나는 거리 음식은 안먹습니다’라고 했던 양반”이라고 꼬집었다. 이회창 후보의 변화의 이유엔 나름대로 꿍꿍이 속이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후보가 이처럼 지난 2차례의 대선출마 때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두 차례 대선 패배 원인은 딱딱함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한 목소리로 ‘이 후보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연거푸 쓴 잔을 마신 이유를 근엄하고 딱딱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캠프 측에서 분석한 것 같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탈권위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 후보는 특히 대선 레이스 내내 그를 집요하게 괴롭힐 ‘짐’ 가운데 하나인 ‘대선 3수(修)’라는 타이틀을 유권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15대 대선에서 DJ의 대권 4수를 ‘혹평’했다. 때문에 그의 출마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병에 걸린 자’ ‘노욕, 노병’ 등 도가 지나칠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어찌됐든 모든 상황을 정리하자면, 대선을 40여 일 앞둔 ‘뒤늦은 출발’을 한터라 “꼭 승리하기 위해선” 뭔가 차별화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하고, 가장 최선의 방법은 여타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캠프 측의 속내인 것으로 풀이된다.캠프 측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후보가 유권자들과 만날 때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고 있고 심지어 농담도 건네고 있다”면서 “예전의 이회창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행보를 두고 “겉이 달라졌다고 해서 속까지 달라진 것으로 착각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이 후보의 ‘깜짝’ 행보가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 “겉이 달라져 속까지 달라졌다고 착각말라”

실례로 이회창 후보는 권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에 나선 것은 분명하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선 안보관이나 대북정책이 애매모호하다면서 공세의 포문을 열어놓고 있고, 동시에 자신을 모함하는 사람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선 단호하게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후보는 지난 7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선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해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군인들을 공격하거나,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노동계의 냉소가 쏟아지는 대목이다.사실 이 후보의 지지율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지난 15일 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정례 주간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지난주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40.7%였으나 이회창 후보는 4.8%포인트 하락한 20.0%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국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캠프는 다르다. 자신감을 갖고 있다. 출마선언 이후 첫 지방순회 일정을 마무리한 이 후보는 지난 16일부터 3박4일 동안 2차 지방행을 시작했다. 캠프 측은 “지방순회가 끝나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물론 2차 지방행에서도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