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씩 배상하라”
13년 만에 결론…"배상책임 부인한 일본 판결 국내 효력 없어”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1억원씩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지 13년 8개월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일본에서의 손해배상 부정 판결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 핵심 가치에 어긋나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1965년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볼 수 없으며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법적으로 같은 회사이므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해자인 신일철주금이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선고에는 소송 당사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8세)씨가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1941년~1943년에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고된 노력에 시달렸으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후 소련군의 공습으로 공장이 파괴되고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에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원고 패소로 판결이 확정되자 2005년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는 “일본 판결 내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비춰 허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되고 일본제철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지만 신일본제철과 법인격이 다르고 채무를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판결을 뒤집었고 서울고법 역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서울고법의 판결에도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측이 불복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이날 원심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