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여성청소원 생존권 싸움 해법 없나
반복되는 ‘고용승계 투쟁’ 끝 안보여…도시철도 “우리 몫 아니다” 오리발
2008-11-16 류세나 기자
청소노조 “반복되는 투쟁 지겹다”…“약속했던 고용승계 보장 지켜라” 요구
용역업체 계약만료 약 40일 전…도시철도 “업체선정 결정 사안 전혀 없다”
“매번 용역업체 계약기간이 끝날 때만 되면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뿐인데….”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이하 도시철도) 청소용역 한 여성근로자의 말이다. 대부분 50~60대 여성근로자로 구성된 도시철도 청소원들은 계약만료기간을 40여일 남겨둔 상태. 도시철도측이 새 용역 업체 선정과정에서 ‘제안서 입찰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도시철도측과 청소용역 노조측간의 고용안정에 관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노동자 생존권 뺏는 제안서 입찰제도(?)
지난 15일 민주노총 여성연맹 도시철도 청소용역 노조는 서울시특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용역 제안서 입찰제 도입을 중단하고 청소용역 근로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제안서 입찰제’란 청소인원이나 인건비를 입찰공고 내용에 넣지 않고 단지 입찰 예정가격만을 공고해 용역업체가 청소인원과 임금을 책정, 제안서를 제출하게 하는 방식. 노조측은 이 방식이 도입될 경우 “당연히 청소인원을 대폭 줄이고 예산을 절감한 업체가 낙점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도시철도 5~8호선 역사 청소는 (주)SDK, (주)삼안 등 13개 업체에 소속된 1천381명의 여성청소원들이 한 역당 일일 4교대로 24시간 근무를 서고 있다. 4~6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화장실부터 분리수거, 지하철 내부, 레일, 노반 등 지하철 역사 내 모든 곳을 관리하게 된다. 현재 도시철도와 계약을 맺고 있는 13개 업체는 지난해 6월 청소용역업체 선정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130여개 업체 중 선정된 회사로 여성청소원들의 근로계약은 오는 12월 31일 현 용역업체의 계약기간 19개월이 만료됨과 동시에 자동 해지된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일자리를 박탈당해도 법에 호소할 수도 없게 되는 노릇.물론 신규업체가 선정되면 이들은 신규업체에 소속돼 일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상 이들의 고용승계는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중 과연 몇 명이 일자리를 보장 받게 될 지는 미지수다.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시철도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자가 자동 해고되고,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 법의 약점을 이용해 청소용역직 근로자를 감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이 위원장은 이어 “매번 새로운 업체가 선정될 때마다 지겨운 투쟁이 반복돼 왔다”며 “지난해 4월 도시철도 음성직 사장은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결국 청소용역 일자리는 70여개 줄었다”면서 약속한 고용승계 보장을 이행하라고 외쳤다. 도시철도, 용역 고용안정 ‘우리 일 아냐’
그러나 도시철도측 입장은 이와 다르다.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 요구는 도시철도의 권한 밖이라는 것. 도시철도 한 관계자는 “용업업체에 외주를 맡긴 이상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하도급법에 위배된다”며 “용역업체에 묵시적인 의사전달은 할 수 있겠지만 고용안정보장은 우리 몫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업체 계약만료 시점을 약 40여일 앞둔 상태에서 “제안서 입찰제 등 신규업체 선정에 관해 결정된 사안은 어떠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과거 고용승계를 약속했던 도시철도 음성직 사장이 이번엔 어떤 방향으로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고용안정 문제를 해결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음 사장은 도시철도 전체를 총괄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지 못한다”며 “담당부서에서 안을 올리면 그 후 지시를 내린다. (업체 선정건으로) 나도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답변과 상반된 대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