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H공사-메리츠화재 ‘보험 커넥션’ 드러나나

LH 전직 임원이 ‘메리츠’ 대리점 차려놓고 계약 ‘독식’

2011-09-27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 = 도기천 기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메리츠화재 간의 ‘보험 입찰 커넥션’의 실체가 <매일일보> 취재 결과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LH 전직 임원이 ‘메리츠’ 대리점 차려놓고 계약 ‘독식’
비공개입찰로 메리츠가 LH사업장 화재보험 ‘싹쓸이’
강기갑 의원, LH ‘주우회’로 ‘수상한 자금’ 흘러간 의혹 제기


강 의원은 LH공사 국정감사에서 “LH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597개 단지의 681건의 화재보험이 유독 한 보험회사와 독점계약을 하고 있으며, 퇴직 직원들이 그 보험회사와 LH공사 사이에서 보험 중개를 하면서 생기는 연간 약 3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자신들의 친목모임 운영비로 사용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공사는 주택화재 등 재해로 인한 재산상 손실 보전을 위해 영구임대 등 모든 임대주택에 대해 의무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 보험은 3년 단위로 가입하며, 보험료는 약 93억원에 이른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중에서 메리츠화재보험이 전체 보험료의 98.9%인 92억원을 LH공사와 독점계약하고 있다. LH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681건의 화재보험 중 654건을 메리츠 화재와 계약한 것.

LH, 화재보험 메리츠와 99% 독점 계약

<매일일보>이 확인한 결과, LH공사는 올해 8월까지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지역본부 주관의 비공개 입찰 형태로 화재보험사를 선정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LH공사는 전국 시도별로 12개의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데, 이들 지역본부가 해당 지역의 보험대리점과 화재보험 계약을 해왔다. 지역본부가 해당 지역의 보험사 대리점 4~5개를 임의로 선정, 안내문을 띄우면 해당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홈페이지나 신문, 조달청 공시 등을 통해 공지하는 공개입찰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메리츠보험이 전국의 모든 LH사업장 화재보험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 LH공사측은 “메리츠가 최저가로 맞춤형 보험설계를 잘 해왔기 때문에 가격경쟁력과 보장성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일일보> 취재결과, 메리츠화재의 총괄보험대리점인 S대리점이 LH공사로부터 화재보험을 독점하고 있었는데, S대리점의 대표 H씨는 LH공사의 전직 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H씨는 메리츠화재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 중 일정 부분을 떼어 LH공사 퇴직직원들의 모임인 ‘주우회’ 기금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우회’는 LH공사의 옛명칭인 주택공사(주공)에서 따온 이름이다.

“퇴직 직원들 보험수수료 챙겨”

강기갑 의원은 이와 관련 “(LH공사)퇴직 직원들이 연간 3억5000만원 규모의 보험중개 수수료를 자신들의 친목 모임 운영비로 사용해 왔다는 정황이 있다"며 “이는 퇴직 직원에 대한 배려를 넘어 국민 혈세 유용의 한 형태"라고 최근 국감 때 지적한 바 있다.

LH공사측은 “퇴직자 중 보험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주우회는 퇴직하신 분들의 단체이기 때문에 LH와는 무관하며, 따라서 메리츠의 수수료가 주우회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는 알 바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사업장의 99%가 메리츠화재와 계약을 맺었고, LH 전직 간부가 운영하는 대리점이 LH와 독점계약을 맺어온 점, 수수료의 상당액이 ‘주우회’로 흘러들어간 부분 등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메리츠는 최근 몇 년간 업계 5위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LH지역본부에서 3~5개 보험대리점에 입찰 안내할 때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안내문을 받고 있었다.

강기갑 의원실의 의혹 제기가 최근 몇 년간의 입찰 현황인 것을 감안하면, 과거에 메리츠화재의 실적은 더 좋지 않았다.

보험사 비교평가 때 주요기준이 되는 손해보험협회의 ‘원수보험료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9년 9월 기준으로 메리츠는 1조5986억원으로 삼성(5조2574억), 현대(3조1265억), LIG(2조5831억), 동부(2조8384억)에 비해 크게 뒤졌다. 지난해(9월기준) 메리츠는 1조8600억 규모로 삼성(6조2350억), 현대(3조6339억), LIG(3조1441억), 동부(3조3868억)으로 상위 업체들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공개경쟁입찰 형태가 아니더라도 통상적으로 손해보험협회가 공시한 업계 순위에 따라 입찰 안내가 이루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LH는 유독 ‘메리츠’를 챙긴 것이다.

LH공사 측은 “별도의 입찰안내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지역본부 주관으로 몇몇 보험사를 선정해 입찰공고문을 발송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역본부가 마음만 먹으면 특정 보험사에 일감을 몰아줄 수 있는 구조다.

문제가 불거지자 LH공사는 뒤늦게 입찰 제도를 공개경쟁 형태로 바꿨다. 이달(9월)부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입찰 공고를 내고, 계약도 대리점이 아닌 메리츠화재 본사와 직접 계약해 입찰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 그동안 각종 입찰시비가 끊이지 않은데다 이번 국정감사로 의혹이 제기되자 급히 취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리점 차원의 일일 뿐 본사와는 무관하다”며 “계약이 성립되면 금융감독원에서 고시한 수수료를 (대리점에) 정당하게 지급해 왔다”고 밝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화재보험은 금액이 작은데다 준공 전에 반드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특성상 입찰과정이 불투명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LH공사 물량은 메리츠가 오래전부터 독점해왔기 때문에 타보험업체들은 아예 입찰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 도기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