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정당한 사유”
9대4로 갈려…14년 만에 판례 뒤집어
2019-11-01 복현명 기자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와 양심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그간의 판례를 뒤집고 14년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오전 11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대법원 전합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유죄를 내린 원심판결은 심리를 잘못한 것”이라면서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했다.이어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이번 선고의 핵심은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로 종교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있는 지의 여부였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현역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거부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에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간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고 판단해왔다. 1심·2심 역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대법원은 지난 6월 이번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이번 결정으로 대법원 전합이 2004년 당시 “피고인이 내세운 권리가 병역의무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어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는 판단은 14년만에 뒤집혔다.또 현재 227건의 병역 거부자 사건과 헌재 결정 이후 대법원에 접수된 20건의 병역 거부 사건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