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목사 부인 박용길 장로 장례식 엄수

2011-09-28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 故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故박용길 장로의 장례식이 지난 9월28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북구 인수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유원규 한빛교회 담임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이해찬 시민주권 상임대표, 이규재 범민련 의장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와 유족, 조문객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장례식은 김상근 장례위원장의 개식사를 시작으로 기도와 조가, 설교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고은 시인의 조시와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조가도 바쳐졌다. 이어 유족인사와 호상인사, 헌화가 진행됐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장례식 내내 숨죽이며 고인이 가는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장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아직 기대고 의지할 일이 많은데 어머니가 떠나셨다”며 “어머니는 항상 깊고 넓고 넉넉하셨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박용길 장로님의 힘으로 우리들이 자랐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열매를 맺고 민족 화해와 평화의 길이 열렸다”며,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늦봄 문익환 목사를 만나 봄으로 가득찬 그곳에서 언제나 행복하시라”고 작별 인사를 고했다.

장례식에 앞서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박 장로를 위한 기도가 올려졌다. 발인이 임박한 오전 8시께에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하려는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8시 박용길 장로의 손자가 영정사진을 들고 그 뒤로 운구위원과 유족, 조문객들이 병원을 나섰다. 지하 2층 안치실 앞에 늘어선 50여명의 사람들은 안치실에서 박용길 장로의 관이 나오자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몇몇 사람들은 고인을 떠올리며 슬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전 8시25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민주화운동가족실천협의회 사무실에 도착한 이들은 민가협에 5분가량 머문 후 장례식장인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로 떠났다.

김상근 장례위원장은 “슬픔과 아쉬움으로 장로님을 보내는 것이 아닌 집단적 기억으로 박용길 장로를 보내려 한다”며 “생을 고스란히 바친 그와 그의 가치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는 언제나 하나였고 민주화와 반외세, 자주평화통일의 한길을 걸었다”며 “땅위에서처럼 하늘에서도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회고했다.

문익환 목사의 동생인 문동환 목사는 “박용길 장로님을 위해 노래로 조사로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형님의 장례식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와서도 많은 격려를 받고간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작성해 유가족에게 보낸 위로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박용길 여사는 그토록 바라던 통일의 봄을 보지 못하고 애석하게 떠났지만 그가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바친 것은 북과 남 해외 그리고 온겨레의 마음속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9월25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겨레장은 이날 발인과 장례식을 시작으로 오전 11시 수유리 통일의집에서 고별방문을 한 후 오후 1시 고인은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