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거품] 실효성 없는 사업에 또 대규모 혈세...재포장 중복도 곳곳에

470조 '포용국가 예산' 본격 심사 / 올해도 탁상행정식 중복사업 여전

2019-11-04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5일부터 올해 예산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본격 시작된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해외 봉사단 파견 사업과 인턴십 등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 예산이 많다. 이를 두고 고용지표 완화를 위한 '일자리 거품 예산'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일자리예산 실효성 논란4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규모는 23조 5000억 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교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봉사단 및 국제개발협력 인재양성 사업’ 예산을 올해 본예산(1291억8600만 원) 대비 23% 증액한 1602억4900만 원으로 요구했다. 일반·NGO봉사단 인원을 744명, 개발협력·WFK봉사단 코디네이터 인원을 46명 증원한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는 인원증가 사유를 지난 3월 발표한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에 따라 장기 봉사단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봉사단원과 코디네이터가 통계상 취업인원으로 처리돼 단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지원’은 올해보다 286.9% 늘어난 94억 9500만 원이 증액편성됐다. 이 가운데 도시재생건축 인턴쉽 채용사업은 건축, 토목 분야 청년을 도시재생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 지역 200개소 현장지원센터에 400명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사업으로 관련 비용이 65억5000만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한 1인당 월 163만6000원을 10개월간 지급하는 내용이다.여기에 고용노동부의 고용창출장려금·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도 효율성을 지적받고 있다. 해당 사업은 올해보다 3780억원(67.9%) 증액편성한 9222억 1700만 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9월말 기준 고용창출장려금은 현재까지 편성 예산의 55.7%만 집행됐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36.1%로만 집행한 상태. 이 때문에 민간 일자리 확충을 위한 임금 직접 지원이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예산정책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데도 고용 여건의 개선이 뚜럿하지 않아 객관적인 성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올해도 부처간 중복사업 반복각종 위원회·추진단이 늘어나 이에 따른 행정비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총리실은 '국민생명지키기추진단 운영 사업(15억 8600만 원)'이 올해 예비비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9년 신규내역사업으로 예산을 편성한 상황.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및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 추진상황을 점검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있어 기존위원회와 중복된다.총리실의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 운영 사업'도 2014년 세월호 사건 계기로 부정부패 근절 및 예방 감시를 위해 설치된 사업으로 한시조직이지만 활동기한이 계속 연장돼왔다. 특히 지난해 2018년 예산안 심의 당시 타 정부기관의 반부패기능과 중복성을 지적받아 전액 삭감되고 예비비로 편성했으나 내년 예산 규모를 증액시켰다. 국무조정실은 감사원 등이 할 수 있는 감사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사각지대 발생시 이를 조정해 개선하는 게 국무조정실의 주 임무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총리실이 추진하는 '국민 청렴의식 확산 프로그램 개발·운영사업'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1.2억 원)'이나 '청렴의식 함양을 위한 국민참여프로그램 전개(2억 원)' 사업 등과 유사하다.국세청은 근로·자녀장려제세 운영 사업 홍보 예산으로 총 12억8900만 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계속사업인 '납세안내 및 세금교육지원' 홍보사업 예산과 유사한 사업 내용이다. 여기에 신청자들이 기존 수급자들이라는 점에서 홍보 사업의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행정부의 관성적 예산 편성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기존 사업 재포장 지적도보건복지부의 ‘다함께 돌봄사업’은 다함께 돌봄센터에서 6~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일시·긴급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센터를 내년 200개소 신규 설치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1800개소로 대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1390.6% 증액한 138억8800만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미 교육부가 ‘초등돌봄교실(교육재정교부금사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지역아동센터(4189개소)에서도 무상 운영되고 있는 상황. 복지부는 초등돌봄서비스 사업의 수요가 많아 '다함께 돌봄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