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본무-구본준 형제 미묘한 신경전 내막은
구본준 부회장, LG 오너 일가와 다른 행보 ‘눈길’
2007-11-19 권민경 기자
재계 일각 ‘구 부회장 LG서 기피하는 전경련 활동,
구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 표현…독자노선 구축
LG “부정적 얘기 만들어내는 것, 전경련 활동 큰 의미 없어”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의 분주한 독자행보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말 LG상사 사령탑에 오르고 지난달 30일 최대주주로 등극한 뒤 대내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서울상의, 무역협회를 비롯해 전경련까지 각종 재계 단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재계에선 이런 행보의 배경에 형인 LG그룹 구본무 회장과의 신경전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보이고 있다. LG는 98년 외환위기 때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넘기는 빅딜 과정에서 생긴 앙금 때문에 전경련과 8년 째 등을 돌려왔다. 구본무 회장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거기(전경련)와 인연을 끊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며 거리를 두고 있을 정도. 구 회장을 비롯해 LG오너 일가 역시 전경련과 소원한 관계이기 때문에 구 부회장만이 유독 전경련 활동에 참여하자 구 회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독자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 회장이 지난해 연말 ‘성과위주’ 인사를 단행, LG필립스LCD를 맡고 있던 구 부회장을 교체하면서 이미 형제 간 ‘갈등설’이 조심스레 제기된 바 있다.
구 부회장 LG상사 자리 옮긴 뒤 왕성한 대외활동 왜?
구 회장과 구 부회장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는 해석이 바로 그 것. 재계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온 것은 이미 지난해 연말 LG그룹이 ‘성과와 실적’위주 인사를 단행한 뒤부터였다.지난 연말 구 회장은 그동안 LG가 추구해왔던 ‘인화’ 중심 경영 대신에 철저하게 성과 위주의 인사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들을 문책하는 물갈이를 했는데, 당시 LG필립스LCD를 맡았던 구 부회장 또한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LG상사로 자리를 옮겼다.LG 측에서는 구 부회장에게 상사를 맡겨 자원 개발 등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발굴하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매출 10조원대 회사의 오너였던 구 부회장이 LG상사로 옮긴 것은 ‘문책’에 가깝다고 풀이했다.이런 상황에서 LG상사에 새 둥지를 튼 구 부회장이 전경련 주관의 한미재계회의, 무역협회, 서울상의 활동 등에 부쩍 활발히 참석하자 구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에서 비롯된 ‘신경전’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것이 독자노선 구축 의지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LG와 LG상사 측에서는 일각에서 말하는 형제 간 ‘갈등설’, ‘신경전’ 등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부정적 얘기들을 만들어낸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LG 관계자는 “한미재계회의를 굳이 전경련 활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구 부회장이 거기에 참여하는 것은 맡고 있는 사업(상사)의 성격 상 대외무역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LG상사의 한 관계자는 “형(구본무 회장)이 일일이 참석하기 힘든 자리가 많아 이를 대신해서 경제단체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전경련 활동 등이야 개인적인 성향이고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내부적으로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회사 업무도 꾸준히 챙기고 있지만 일반적인 CEO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구 부회장은 1월에 이어 지난 6월에도 미국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재계회의에 또 한 차례 참석하는 등 구 회장 의중과는 전혀 무관하게 독자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재계의 이목이 쏠려있다.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