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선포한 에리카 김

“이명박이 먼저 새 사업 제안” “이면계약서 1장 아닌 3장”…李 “에리카 김 기자회견은 공작”

2007-11-21     매일일보

[제휴사=뉴시스/정리 매일일보 종합뉴스팀]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의 친누나인 에리카 김과 부인 이보라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주장한 김씨가 만난 시기, 경위, 이면계약서 존재, 협상 제안 여부 등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은 19일(미국 현지시각)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면계약서에 대해 "검찰에 제출된 이면계약서는 1건이 아닌 총 3장"이라며 "원본은 내가 소유하고 있으며 복사본 3장은 경준이가 한국에 송환될 당시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 사본을 공개할 것이고 사본 3장을 정리해 보면 이명박씨가 이번 일에 관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거나 여론몰이식으로 간다면 진실에 대한 공개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후보와 김씨가 만난 시기와 경위에 대해서도 이 후보와 엇갈린 진술을 했다. 이 후보측 고승덕 변호사는 "2000년 1월에 김백준씨를 통해 김경준이 이 후보에게 (만남을)프로포즈했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김씨 본인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누나 에리카 김과 김씨 부모로부터도 이야기를 많이 듣고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김경준씨 측은 이를 부인했다. 에리카 김은 "(이 후보의 주장은) 완전 왜곡된 것"이라며 "2000년 이전에 경준이가 한국에서 증권사인 모건 스탠리에서 투자상담 전문가로 근무하며 잘 나갈 당시 이씨가 먼저 새 사업을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씨의 부모가 이 후보에게 아들을 자랑하며 잘봐달라고 했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떤 부모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다 큰 아들을 잘 봐달라며 부탁하겠는가"라며 "경준이와 이씨가 사업을 하던 중 부모가 한국을 방문하자 이씨가 초대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맞섰다. 이보라씨도 20일 밤 방영된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1999년 초에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에서 따로 밖에서 많이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명박 후보 측이) 왜 작은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왜 그렇게 시점을 맞추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 '김경준씨 측으로부터 귀국과 관련된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하며 "다스 관련 민사소송에서 이겼는데 왜 그런 제안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김경준씨 송환 시기에 대해서는 "인신보호 요청을 안 했으면 일찍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다스 관련 소송을 이기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고 중요했기 때문에 보고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후보의 대리인인 김백준씨가) 최근 변호사를 바꾸면서 (송환)연기 신청을 해서 이제야 한국에 들어갔다"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더 일찍 한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에리카 김은 21일 새벽 4시 반(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BBK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후보가 BBK 투자자문의 실질적 소유자임을 명시한 '이면계약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에리카 김 자중하라”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20일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BBK는 이명박 소유'라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기로 한데 대해 "누가 기자회견을 하고, 안 하고는 그 자체가 공작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KBS 방송 '단박 인터뷰'에 출연해 "가족 중 한 사람(김경준씨)이 잘못을 했으면 다른 사람(에리카 김)은 자중해야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BBK 사건과 관련해 소환에 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검찰이 나를 소환할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며 "조사를 철저히 하다 보면 관계없는 사람을 부를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BBK 주가 조작 연루설과 관련해 이 후보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이 아니고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 시장에 출마하려는데 주가 조작을 하고 앉아 있었겠느냐. 어떤 목적으로 돈이 필요해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막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아무도 나한테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 않는다"며 "왜 정치권에서 (내가) 주가 조작을 한 사람이라고 단정을 하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는 "공정하게 하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나라, '에리카 김 공개' 김빼기 주력  
 

한나라당은 이면계약서의 파급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20일 에리카 김의 범법사실을 밝히며 기자회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이면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은 또 이면계약서가 공개되면 진위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진본 계약서'가 있다면서 "결정적인 시기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후보는 이면계약을 한 일도 없고, 이면계약서 자체가 없다"면서 "이 후보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했고, 김씨는 종속적 입장에서 일한 종범이라면 이와 관련된 서류는 미국 법정에 모두 제출했어야 할텐데 3년 반 동안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또 "김씨가 3년 반 동안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며 쌓아온 송환 거부 이유는 '거물 정치인을 상대로 싸우고 있으니 한국에 돌아가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새 서류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본 계약서가 있다는데 왜 공개하지 않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른바 '이면계약서'가 공개되면)진위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서 "먼저 공개하면 역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클린정치위 소속 고승덕 변호사도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건에서 이면계약서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일부 언론보도에서 이면계약서라고 제시한 김씨 측의 문건은 주식매수계약서 조항에 이면합의가 포함돼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이 사건에서는 김씨 측이 제시하는 계약서가 실제 계약서인지 여부만 따지면 된다"면서 "실제 계약서에는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가 된다는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초 계획한 사업구조는 EBK증권중개가 본허가를 받게 되면 나중에 EBK의 개인주주 지분을 LKe뱅크가 매수해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만약 김씨가 제시한 계약서에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가 되는 내용이 있다면 당사자의 진의와 달리 조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에리카 김이 제시할 이면계약서는 아마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하나는 정상적인 계약서를 이면계약서라고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조작한 계약서일 경우"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내용이 별 것 아니다"라며 "(진본 계약서는)필요하면 공개할 것이다. 결정적인 때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에리카 김은 미국 L.A. 연방지방법원에서 지난 10월11일 금융기관의 허위사실 제출 혐의, 불법자금 수령혐의 등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형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기꾼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이 이른바 '이면계약서'를 공개한다는데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사기행각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위조전문 사기 남매의 장 내외 역할분담 플레이"라고 비난했다.

에리카 김 '이면계약서' 공개, 수사 장기화되나?  
 

이처럼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가 21일 새벽(한국시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의 소유주임을 밝힐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검찰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 에리카 김, 무슨 말 할까? = 에리카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과 함께 동생에 대한 적극적인 변호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에리카 김 변호사는 전날 동생의 변호를 담당했던 박수종 변호사 사무실로 10㎏에 달하는 서류 상자를 보내 동생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한 바 있다. 에리카 김 변호사가 공개할 자료는 김씨가 지난 8월 언론에 제시한 바 있는 주식매수계약서를 비롯해 LKe뱅크 계좌로 이뤄진 BBK의 역외펀드 거래 내역서와 하나은행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제작한 자료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의 분량을 본다면 이 외에도 이 후보가 BBK와 LKe뱅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을 입증할만한 새로운 자료들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에리카 김 변호사는 사안이 복잡한 만큼 동생과 이 후보의 실질적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히 자료들의 내용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김씨와 이 후보를 처음 연결시켜준 인물이자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도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에리카 김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자료들을 제시할 경우, 검찰 수사의 방향과 기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BBK 수사 '장기화' 가능성 = 검찰은 미국에서 온 서류들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과 함께 자료 내용의 확인을 위한 계좌추적, 서류 및 계좌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 작업에도 추가로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김씨가 제출한 자료를 대검 문서감정실로 보내 검증을 의뢰한 상태지만 에리카 김이 보낸 자료의 양과 사본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문서감정 자체에도 당초 계산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도 이날 "대선 후보 등록일인 25일 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무리"라며 수사가 당초 예상보다는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차장은 이어 "수사팀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면서 충원 가능성도 내비쳤다. 검찰은 문서 감정과 함께 MAF펀드의 자금 흐름 등 계좌추적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해외로 송금된 김씨의 횡령금이나 5년이 지난 거래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계좌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검찰은 검찰은 해외 금융기관에도 추적을 위한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김씨와 이 후보의 이면계약서 작성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LKe뱅크 전 감사 김모 변호사를 금명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 조사 과정에서 이면계약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는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 에리카 김은 누구

에리카 김(43)은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투자자문사 BBK의 전 대표 김경준씨(41)의 누나이다. 에리카 김의 가족은 1974년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한국 이름은 김미혜이며, 코넬대 정치학과와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로스쿨을 졸업했다. 미주 한인사회에선 전도유망한 여성변호사로 입소문이 나있다.

에리카 김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국회의원이던 1994년 LA 한인교회를 방문했을 때 처음 알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듬해 서울 힐튼호텔에서 자서전 '나는 언제나 한국인'의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 후보 등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결집시키기도 했다.

이후 이 후보와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친분을 유지했고 자신의 동생을 이 후보에게 소개해줬다. 김경준씨는 2000년 이 후보와 LKe뱅크를 공동 설립하면서 동업자 관계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