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시민세력 승리' 박원순, 향후 정치구도는?
2011-10-03 홍세기 기자
[매일일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후보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박원순 후보는 3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국민참여경선 득표수와 사전에 실시된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 및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해 야권 통합후보로 최종 선출됐다.이번 경선은 이른바 '안철수 효과'로 대변되는 정치실험이 적용된 사례였다. 특히 야권 시민사회 후보를 표방한 박원순 후보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힘을 실어주면서 그의 지지율은 급부상했고, 결국 경선에서 야권 후보로 선출되면서 현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줬다.오히려 이번 박원순 후보의 사례가 그동안 민심과 현실정치 사이에서 괴리감을 보이고 있던 민주당의 각성을 견인하면서 경선의 흥행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원순 후보의 부상 이후 민주당은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본격적으로 당 내 경선 분위기를 띄우느라 노력했다.당초 예상보다 뜨거워진 경선을 거쳐 박영선 후보의 선출 직후 박원순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정당정치에 대한 책임을 일부분 가질 수밖에 없는 제1야당으로서 안철수 바람의 강도를 확인한 이후 돌파구를 모색하던 민주당은 박영선 후보를 필두로 당 소속 후보를 시장 후보로 만들기 위해 전념했다.현 정권에 대한 저격수이자 정책통의 면모를 보여줘왔던 박영선 후보는 특유의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준비된 정치인 출신임을 내세우고 박원순 후보가 상대적으로 우려했던 당 조직력을 통한 현장투표에서의 '뒤집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박원순 후보의 '바람'을 잠재우지 못했다.박 후보는 이미 사흘 전 공개된 TV토론회 배심원 투표에서 10% 차이로 박영선 후보에 앞선 데 이어, 이날 야권 통합후보로 최종 확정되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을 확인시켰다.이 때문에 일단 이번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서 부각된 현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은 한 차례 태풍으로 끝나지 않은 채 향후 정치구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특히 앞으로 본격적인 여야 대결구도 속에서 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는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박영선 후보 대신 이미 자신보다 앞선 결과가 나오는 박원순 후보가 선출됨에 따라 갈 길이 더욱 급해진 상황이다.박원순 후보가 만약 나경원 후보마저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현 정당구도의 판이 새롭게 재편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다만 민주당으로서는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입당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다소 이번 선거에서 조연에 머무를 우려에 대비한 일말의 가능성도 갖고 있긴 하다.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뒤 입당이라는 상황이 결코 민주당에게는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 당의 존재감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손학규 대표의 입장에서도 이번 경선 결과는 결국 긍정적이지 않은 실정이다.앞서 박원순 후보의 입당에 대해 에둘러 의사를 타진했음에도 별다른 소득을 가져오지 못했고 본인이 공을 들인 박영선 후보 역시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대표로서의 입지에 부정적인 여파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충돌이 더욱 격화될 우려도 있다.아울러 이번 경선을 통해 그동안 논의돼온 야권통합 구도에도 변화가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진보정당통합 논의가 무산되면서 민주당의 야권대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선거에 앞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좀 더 새로운 세력이 주체가 되는 야권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질 수도 있다.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당선에 실패했고, 4·27 재·보선에서 김해을에 출마한 같은 당 이봉수 후보 역시 단일화 이후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단일화가 이뤄지면 여러 후보의 지지율 합산되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후보의 지지세가 충분히 단일 후보에게 이동하지 않을 경우 단일화의 효과는 반감된다.경선이 끝난 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상대 당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면 정서적으로 선듯 지지를 보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이전보다 3배 이상 많은 18만여개의 무효표가 나왔다. 당시 진보신당과 민주당 당원들에 의해 대규모 무효표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중앙당 차원에서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각 당 하부 지역 조직이 다른 당 후보를 위해 움직이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민주당은 박원순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입당을 지속적으로 권유했다. 현장에서 직접 선거전을 치르는 지역 조직이 '기호 2번'이 아닌 후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리 없다는 이유였다.박원순 후보 측은 이번 통합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나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 보다는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경선을 축제 분위기로 치르겠다는 이유였지만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원들이나 민노당원들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왔다.세 후보는 모두 경선 직전 공동 지방정부 구성과 상대 후보 캠프 참여를 약속했다. 단일화 이후 '전력 누수'를 막자는 의지의 표시였다.박원순 후보는 2일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공동 지방정부 구상과 관련해 "일회적인 게 아니라 상시적인 협력의 틀을 만들겠다"며 "얼마 전 김두관 경남지사를 만나 도정 협의에 관한 조언을 들었고 좀 더 실무협의를 하면서 서울시정의 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박영선 후보와 최규엽 후보는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상대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겠다고 약속했다.박영선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무효표가 18만표나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끌어내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제가 메신저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