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진짜 계약서'를 찾아라
검찰, 'BBK 이면계약서' 원본 제출 요청…이명박 "친필서명 요청하면 거절할 이유 없다"
[뉴스제공 제휴사=뉴시스/매일일보종합뉴스팀] 검찰이 21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김경준씨가 '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계약서 가운데 '진짜'를 가려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양측이 제출한 자료의 진위를 가려내는 것이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이자 대선 정국의 향방을 가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는 20일(현지시간) 미 LA에서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한글계약서와 EBK증권중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LKe뱅크, 이 후보, 김씨가 e뱅크코리아증권와 맺은 영문계약서 3개 등 모두 4가지의 계약서를 공개했다.
이씨는 이와 함께 "주주들이 '이면합의'를 통해 결론적으로 증권회사의 모든 주식을 이 후보의 LKe뱅크로 되돌리는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공개한 자료들은 김씨가 국내 송환된 뒤 검찰에 제출한 자료들과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김씨가 제출한 자료들은 모두 '사본'이기 때문에 검찰은 이 자료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 자료가 진짜로 밝혀지면 이 후보는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 이럴 경우 이 후보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김씨가 제출한 자료가 '가짜'라며 방어 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이 후보와 김씨간 '정식계약서'라고 주장하는 18장 내외의 문건을 보유 중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주임 최재경 부장)은 '이면계약서' 원본(김씨 측)과 '정식계약서'(이 후보 측) 제출을 요청하고 진위 판단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대검 문서감정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자료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이면계약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소환 및 계좌추적 작업도 확대하고 있다.
일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주임 최재경 부장)은 21일 김경준씨 측에 '이면 계약서'의 원본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홍일 3차장 검사는 "김씨가 입국한 뒤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면서 제출한 문건이 사본이어서 내용의 진위, 성립의 진정 여부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면계약서'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계약서 상에 있는 이 후보의 서명의 변조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 후보 측에 친필 서명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후보의 친필 서명과 '이면 계약서'를 건네받는 대로 기초 분석 작업을 마친 뒤 문서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대검 문서감정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검증을 의뢰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한나라당이 '정식계약서'라고 주장하는 18장 내외의 문건과 비교 분석 작업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지난 13일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43)이 국내로 보낸 미국 현지 소송 관련 서류(10㎏ 상당의 서류 상자)를 김씨 측이 제출할 경우 곧바로 번역 작업에 착수해 수사에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검찰은 BBK 관련 회사들의 자금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다스와 LKe뱅크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날도 옵셔널벤처스 관계자 등 주요 참고인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검증해야할 문서의 양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데다 이보라씨가 '이면계약서'를 23일에야 제출하기로 함에 따라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26일까지 수사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의 2차 구속 기간 마감 시한(12월5일) 직전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준, 새 변호인 오재원변호사 선임
이런 가운데 김경준씨는 새 변호인으로 오재원 변호사(44)를 선임했다. 오 변호사는 21일 "김씨 친척과의 친분으로 전날 변호 제의를 받았다"며 사건 수임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당분간 단독변호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 변호사는 이날 오후 변호를 위해 20∼30분간 김씨를 면담한 뒤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이면계약서'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는 또 미국에서 보내온 10㎏ 분량의 서류에 대해서는 김씨가 본인 앞에서 개봉하기를 원하는 만큼 김씨와 함께 검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오 변호사는 "김씨 사건을 단순한 형사사건으로 취급할 계획"이라며 "김씨가 한국말에 서투르기 때문에 피의자 보호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건 수임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음을 시사했다.
앞서 김씨의 전임 변호인 박수종 변호사는 전날 전격 사임하면서 "이번 사건을 일반적인 금융조세 사건이라고 판단해 법적인 조언을 한다는 차원에서 수임하기로 했었지만 대선에 이처럼 큰 영향을 줄지는 몰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 변호사는 경남 진해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사법시험 33회에 합격했다. 1994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지내다 1996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1999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용돼 검사와 판사 경력을 모두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오 변호사는 2002년 다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에리카 김 "한글계약서에 '李소유 BBK 주식' 명시"
한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은 22일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글 계약서에 "이명박씨가 소유하고 있는 BBK 주식이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글 계약서에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표현돼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에리카 김은 "한국말을 웬만큼 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조금 잘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단어 하나하나가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있다고 하긴 그렇지만 그 내용"이라고 답하며 BBK가 이 후보 소유라는 주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면계약서 진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사본이 아니라 진짜 사인한 내용이 있고 한국어로 된 것은 진짜 도장이 찍혀 있으므로 감정하거나 제 3자가 봤을 때도 보는 사람은 누구나 다 진본이라고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측이 '계약서는 증자거래를 위한 주식거래 계약서'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계약서 네 개를 총괄해서 보면 정상적인 비즈니스가 아니다"며 "(네 개의 회사를) 따로 만들어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자본금을 갖고, 똑같이 운영하면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각각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4개를 총괄해서 봤을 때는 본인이 원하는 결론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왜 그동안 이면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이명박 후보와 여러가지 민사 소송이 있었지만 소송 과정에서 단 한번도 이런 서류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없었다"며 "범죄인인도 요청을 할 때도 옵셔널 벤처스회사와 연관된 내용만 가지고 했고, 여기서 3년 반 동안 싸운 것도 옵셔널 벤처스건으로 싸운 것이지 이명박 후보와 관계된 내용을 갖고 한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에리카 김은 김경준씨의 부인인 이보라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결백이 증명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내 동생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똑같은 범죄를 이명박 후보가 저질렀다고 하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BK, LKe뱅크, EBK증권회사가 다 연결이 돼 있으므로 이것을 모두 이용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이 회사들의) 소유권은 이명박씨가 갖고 있으므로 이명박씨와 동생이 받는 범죄를 똑같이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21일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을 요구할 경우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KBS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은 검찰에서 이명박 후보의 친필 서명 여부 확인 요청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당이 어떤 방침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를 확인하려면 (내가) 확인해줘야 한다. 나는 확인을 시켜줘야 하는 입장이므로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친필 서명이 제출되는 것이냐"고 거듭 확인을 하자 "요청이 오면 당에서도.."라고 말을 줄였다.
그는 이어 "대통령 선거 때는 후보가 당의 중심인데 지금이라도 당에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지시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는 "지시는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방송하면 다 알아챌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BBK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에 당선되서라도 직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주가 조작에 가담을 했느냐, BBK 회사가 내 회사냐는 두 가지 문제"라며 "정치적으로는 시끄럽지만 조사하면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앞서 나경원 대변인은 "범죄자가 날조한 서류에 기재된 서명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서명을 요구하는 것은 이 후보에 대한 수사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아직 검찰로부터 공식적으로 후보 서명을 요청받은 바는 없지만 후보에 대한 직접 수사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자신도 '피해자'라고 시인했다.
이 후보는 "당시 국내 방송과 신문에서 김경준씨를 능력 있는 존재로 오해 많이 했다"면서 "김경준씨의 능력을 믿고 (함께 사업을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속은 셈이 됐다.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이 후보가 사기를 당해서 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검사 집에도 도둑이 들어오더라"며 "도둑의 간이 큰 것이다. 김경준씨도 간이 크겠죠"라고 일축했다.
이날 BBK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이 후보는 "나는 1999년 12월 말에 외국에서 공부하다 들어왔고, BBK는 1999년 초반에 만들어졌다"며 "(주가조작에 관여 여부를 놓고) 그렇다, 그렇지 않다, 서류가 있다, 없다를 지금 묻는데 곧 (검찰) 조사가 발표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BBK 논란' 과학수사에 성패 달렸다
김경준 BBK 전 대표의 부인 이보라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 4건의 '이면계약서'가 존재하며 이 서류들을 곧 한국 검찰에 전달하겠다고 말하면서 검찰의 과학수사 수준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국내 송환된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문서들에 대한 감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논란을 잠재울 핵심 증거를 확보할 만한 역량을 가졌냐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남편 김씨 사이에는 한글로 작성한 1건과 영문으로 작성한 3건 등 모두 4건의 이면계약서가 있다면서 한글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를 보면 이명박 후보가 BBK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 이면계약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최근 검찰이 이 후보에게 친필 서명을 요청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기 때문. 이씨는 "이 후보가 제출하게 될 친필 서명과 (가족들이 보유한)이면계약서의 서명을 비교하자"는 취지에서 공개를 한 템포 늦췄다고 한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고소.고발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이 이면계약의 실체 유무를 둘러싼 정치공방으로 확전되면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할 검찰의 공정하고 확실한 판정이 요구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이 후보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김씨 가족과 이 후보 측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면계약서' 가운데 어느 것이 진본이냐를 밝히는 것이다.
김씨 가족은 기자회견을 통해 곧 한국 검찰에 이면계약서를 보내겠다고 공언했고, 미국에서 원본이 공개된다고 하자 뒤늦게 우리 원본이 진짜라며 말을 바꾼 이 후보 측도 존재 사실을 간접 시인한 만큼 양측의 서류가 검찰로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둘째는 이 서류에 기재된 서명이 실제 이 후보의 것인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김씨와 이 후보 측 둘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위 논쟁을 가리는데 친필 서명인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이번 수사에 주요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국 검찰의 과학수사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미 검찰은 21세기 수사기법으로 불리는 '디지털포렌직'을 통해 선진 과학수사의 닻을 올릴 채비에 분주하다. '디지털포렌직(Digital Forensic)'이란 컴퓨터.인터넷 등 디지털 형태의 증거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학수사 기법.
지난해 12월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내에서 '디지털포렌직센터' 착공식을 가진 검찰은 오는 2008년 10월 완공 시점에 맞춰 수사기법 강화에 분주하다.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바다이야기' 사건은 검찰 과학수사의 미래를 엿보게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과 줄기세포가 '섞어심기'된 사실을 밝혀내 과학계의 도덕적 불감증에 경종을 울린 과학수사의 개가로 평가받았다. 특히 대검 유전자감식실의 DNA분석 및 연구실 현장 조사로 생명공학 관련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검찰수사의 과학화를 실현했다.
도박공화국의 우려를 낳게 한 '바다이야기' 사건에서는 줄기세포 사건 때 100여 대의 컴퓨터를 분석했던 것에 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00여 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복구 분석됐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3월에는 평균 5~6개월에서 최장 1년 이상의 기간 안에 흡입한 대마성분까지 모발감식을 통해 밝혀낼 수 있는 감식기법이 개발됐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이룬 쾌거다. 소변 검사는 1나노그램의 마약성분까지 감식이 가능하며 1주일 이내의 투약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대검 유전자분석실은 최근 납북 일본인 요쿠다 메구미씨의 혈흔을 일본 측에서 넘겨받아 부모의 DNA와 대조한 결과 '가짜'라는 일본 측 결론이 맞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침대 시트, 옷가지 등에서 피해자의 DNA를 대량 발견해 유죄 입증의 기여하기도 했다.
특히 문서의 진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의 역할이 주목된다.
과학수사담당관실은 마약감식, 유전자감식, 문서감정, 심리분석, 음성분석, 영상분석 등 전통적인 감정.감식업무에 최첨단기법까지 가미한 최고 수준의 '드림팀'으로 각종 수사에 직간접적인 보탬이 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과학수사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면서 "BBK 사건의 실체를 가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의 진위 여부를 규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BBK 공방' 이명박-이회창 ↓, 부동층 ↑
김경준씨 입국 이후 BBK 관련 공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고 부동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BS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는 대선 후보 주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후보는 지난주 대비 1.4%p 하락한 39.3%를 기록해 소폭 하락했으며 이회창 후보도 지난주보다 1.9%p 하락한 18.1%를 기록, 출마선언 이후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반면 부동층은 14.3%에서 16.6%로 소폭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3위 정동영 후보는 13.5%(▼0.2%p), 4위 문국현 후보는 7.0%(▲0.4%p), 5위 권영길 후보는 2.3%(▲0.2%p)로 모두 지난주와 비슷했다.
한편 난항을 겪고 있는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후보단일화 가상대결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57.8%로 전주보다 2.5%p 상승했고, 이인제 후보도 15.4%로 0.6%p 올랐으나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또 보수 진영 단일화 가상대결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47.8%로 3.2%p 하락했으며 이회창 후보는 35.3%로 전주보다 1.7%p 올랐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수 진영 후보로 이명박 후보가, 범여 후보로 정동영 후보가 선출될 경우를 가정한 여야 가상대결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2.9%,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4.1%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전주보다 소폭 줄어들었으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7.4%를 기록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56.8%(▲0.2%p)로 여전히 강세를 보인 가운데 이회창 후보가 11.7%(▼1.0%p), 정동영 후보가 5.6%(▼0.9%p)로 뒤를 이었다. 문국현 후보는 1.2%, 권영길 후보는 0.4%, 이인제 후보는 0.3%에 그쳤다.
정당지지율에서는 한나라당이 45.7%, 대통합민주신당은 11.9%를 기록,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뒤를 이어 민주노동당이 6.6%, 민주당이 4.6%를 각각 기록했고, 창조한국당이 0.8%, 국민중심당이 0.5%를 기록했다.
전화면접으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이번 조사는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법으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됐으며 응답률은 19.0%,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신당, 'BBK' 앞세워 한나라 전방위 공세
대통합민주신당은 21일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부인 이보라씨의 '폭로' 기자회견, 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일, IMF 환란 10주년을 화두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해 전방위 공세를 가했다.
신당은 이보라씨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BBK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는 점이 명확해 졌다고 공세를 펴는 한편, IMF의 주범인 한나라당이 창당 10주년 기념식을 거행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작태라고 쏘아붙였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보라씨의 기자회견 직후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을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했느냐 이보라씨가 했느냐보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신빙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이씨의 주장 가운데 주목할 점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진영씨가 미 대사관에서 '이 후보의 명함이나 브로셔는 진짜다. 사진도 브로셔를 만들려고 찍었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후보의 형인 상은씨가 관련된 '다스' 사장 김성호씨의 증언"이라며 "김성호씨는 '김경준씨를 만나기 전에는 다스 (관계자) 누구도 김씨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는데, 이는 이들이 다스에 투자한 것은 김씨를 보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검찰' 때문에 수사 결과 발표가 늦춰진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선 후보 등록 전에 김경준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정봉주 의원이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조작' '위조'라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데, 이 사건의 본질은 이 후보가 (BBK를) 실질적으로 소유했느냐"라고 지적하자, 선병렬 의원도 "한나라당에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김경준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사실을 왜곡하려 한다"고 가세했다.
우윤근 의원은 운전기사 유령취업 사건과 관련, 신당이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것에 대해 "이 후보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언제 끝날 지 걱정"이라며 "정치공세는 얼마든지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공당의 후보가 날만 지나면 한 건씩 고발되는 사태는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재천 선대위 공동대변인은 이 후보가 전날 운전기사 유령취업 사건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대선에 맞는 질문을 하라'며 핀잔을 준 것과 관련, "대선에 맞는 질문이 대체 뭐냐. 이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될 것 같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가 에리카 김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으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변명했지만, 둘 중 어떤 질문이라도 '대선에 맞지 않는 질문'은 없다"고 힐난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이 공개한 김경준씨의 친필 메모와 편지를 문제 삼기도 했다. 최 대변인은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전략기획팀장인 고승덕 변호사가 '김경준씨가 사업 제안을 했다'는 메모와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는데, 제 발등 찍기"라며 "해당 메모는 김씨의 수첩 중 일부를 공개한 것인데 선택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공개하지 말고 전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메모 내용을 보면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시점이 2000년 2월7일인데, 이뱅크코리아를 설립하기 위한 첫 공식미팅"이라며 "LK-e뱅크는 이로부터 열흘 후 설립됐는데, 처음 만나서 사업을 제안하고 열흘 뒤 LK-e뱅크를 설립했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보라씨가 '이 후보와 김씨는 1999년 초에 알게 됐다'고 얘기했는데, (한나라당은 메모와 편지를 공개해서) 이 사실까지 숨기고 있다"며 "2000년도에서야 (김씨와 이 후보가) 알게됐다는 것을 자필 메모 공개를 통해 입증하려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봉주 "이명박 BBK 지주회사 회장 직책 썼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온 eBANK-Korea 회장 직책을 Lke뱅크가 설립된 직후인 2000년 3월 안산의 한 교회 기도회에서 쓴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통합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의 공단선교센터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2000년 경제회복을 위한 기도회'에 강사로 참석한 이 후보가 eBANK-korea의 회장으로 명시돼 있다"며 "특히 이 후보는 교회 자문위원단으로도 등록돼 있고 약력에도 회장이라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는 그동안 이 후보와 BBK, BBK와 Lke뱅크의 관련성을 보여준 '명합'과 '홍보책자' 등에서 확인한 eBANK-korea의 회장 직책을 이 후보가 직접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신당은 그동안 "eBANK-korea는 Lke를 의미하면서 BBK와 eBK증권중개 등을 묶어 부르던 것으로 지주회사와 그룹명으로 사용했던 명칭"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 후보 측은 "명함과 홍보책자를 사용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김경준씨가 일방적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확인 결과 기도회 강사 명단에는 현재까지도 이 후보의 이름과 직책이 나란히 적혀 있지만, 자문위원단 명단에는 이 후보의 직책이 빠져 있는 상태다. 정 의원은 이어 "eBANK-korea가 동일하게 홈페이지 주소로도 사용됐으며, 이 홈페이지에는 투자자 유치를 위한 MAF펀드 소개와 이 후보의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금감원 확인서의 첨부 자료에는 eBANK-korea의 홈페이지 저장화면이 들어있으며 홈페이지에는 이 후보가 회장으로 명시돼 있고 MAF 수익률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확인서'와 '붙임자료'는 검찰이 압수수색해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아울러 "BBK와 Lke뱅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자료가 제시될 때마다 이 후보 측은 '거짓말'과 '조작'이라고 앵무새처럼 되뇌어 왔지만 이번에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검찰은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된 만큼 명명백백하게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덧붙였다.
鄭측 "李 서명, 검찰·언론 입회 하에 작성해야"
대통합민주신당은 21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검찰에 제출 할 서명의 위·변조 가능성을 방지하려면 이 후보가 검찰과 언론 입회 하에 서명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 선대위 김현미 공동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이 후보에게 '서명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후보가 검찰에 제출 할 서명이 행여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위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이 후보의 서명은 심텍의 가압류 조치를 해지하는 결정문, 현충원 방명록, 하나은행 풋옵션 계약서 등 굉장히 많이 공개돼 있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며 "이 후보는 검찰 입회 하에 언론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서명을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슨 일이 발생하면 후보는 일단 부인하고 그 후에 대변인들이 나서서 아니라고 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위변조됐다. 정치공작'이라고 말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습성화된 거짓말 공식"이라며 "이 후보가 '피노키오'라면 이 후보의 코는 지구를 한 바퀴 두를 정도이고, 그 코 위에 5000만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걸터 앉아도 될 정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울러 "한나라당은 김경준씨가 사기꾼이라고 하는데, 김씨가 사기꾼이라면 '사기꾼에게 사기 당한 사람(이명박)'이 어떻게 경제 전문가냐"며 "김씨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사기꾼에게 사기나 당하는 자신들의 한계와 함량 미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 후보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