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재벌세습·학벌세습·고용세습 '여기는 세습공화국'
2019-11-08 송병형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자리 세습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서울교통공사와 강원랜드 등의 채용과정에서 벌어진 직원 친인척들의 무더기 입사 의혹이 국감에서 이슈화되면서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좌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채용 비리 의혹이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했다는 것이 국감에서 드러났다는 점이다.민간 기업의 경우 노사 단체협약에 일자리를 대물림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는 기업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 13개 사업장의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장의 단체협약에는 신규 채용을 할 때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특히 현대자동차와 롯데정밀화학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고용대물림에 앞장선 것으로 드러났고, 현대로템과 성동조선해양, 금호타이어 등도 관행적으로 고용 세습을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봉건시대에나 있었던 음서제도가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다.채용 비리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질 좋은 일자리에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입사하기 힘들다 보니 청탁이 오가고, 기득권을 가진 이들의 욕심이 자녀나 친인척에게 특혜로 이어지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다.작년에 국내 은행들의 채용비리 행태가 드러나면서 취준생들의 분노를 산 데 이어 올해도 다양한 취업현장에서 적잖은 비리가 발견됨에 따라 이제 투명한 채용절차를 담보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지금 우리 사회에 고용세습만 문제인가? 사회의 정의와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정황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기사 거리도 되지 않는 재벌의 경영 세습 문제가 그렇고,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 등이 그렇다. 모 과학기술대에서 한 교수가 자기학과에 편입한 아들에게 최상위 학점은 물론 장학금까지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강남 대치동에 있는 숙명여고에선 한 교사가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젊은층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의 비판은 높은 수위를 넘나든 지 오래다. “귀족노조까지 금수저로 만드는 게 촛불혁명이냐” “대학생, 비정규직을 앞세우더니 결국 청년들 뒤통수치느냐”는 식이다. ‘무빽무직, 유빽유직’이라는 자조 가득한 신조어도 확산되고 있다.교육현장에선 이미 음서제도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고교 상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채용 현장에서도 상피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부정취업 논란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