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복, 목적과 목표 사이에서

2019-11-11     안주환 아웃컴 AE
[매일일보] 지난 주말이었다. 모처럼 밀린 회사 일도, 나서서 해결해야할 집안일도 없이 편안한 기분으로 문 밖을 나서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목적지였던 영화관에 도착해서야 휴대전화를 놓고 온 것을 깨달았다. 평소 영화를 자주 보는터라, 예매번호를 기억해 두는 습관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그날 그렇게 어렵사리 보게 된 영화는 할리우드의 고전, 스타탄생(Star is Born, 1934)의 리메이크 작 ‘스타 이즈 본’이었다.사실, 영화의 플롯은 간단했다. 알코올 중독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진 남자 가수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여자의 스타성, 잠재력을 발견한다. 남자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여자가 성공적인 가수로 발 돋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지만, 여자는 점점 더 유명한 스타가 되어가는 반면 남자는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진심으로 노래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겁내지 말고 누가 네 얘기를 언제 들어줄지 겁내지마, 가서 하고 싶은 노랠 해.”영화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진 않았다. 그저 음악과, 사랑과, 꿈에 대해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꿈을 미처 다 이루지 못한 남자에게, 곁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여자가 건네는 노래로 마무리 지어진다. 잭슨은 행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앨리에게 외친다.영화관을 나서며 문득 목적과 목표에 대한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영화를 보겠다는 목적이 영화 시작 전에 영화관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주된 요인이 되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을 급하게 나서다 미처 휴대전화를 챙기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영화 예매 번호를 적어놓지 않았다면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화를 보겠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나중에 다시 보겠다고 집을 다녀오는 등 목적 자체를 수정하는 귀찮고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나도 어린 시절엔 커서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바로 그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발을 내딛고,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이게 진짜 내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내 자신에게 되물어보곤 한다. 가끔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지금 갖고 있는 꿈이 정말 맞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꿈일 뿐인지. 어떤 것에 타협을 하고 따라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었다.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궁극적인 목적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목적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방향이며,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하면서 가끔 목표에 함몰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개인적인 술회를 적어보자면, 목적과 목표는 무척이나 다르다. 우리는 가끔, 목적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하게 된다.목표와 목적의 혼동은 삶을 살아가는 방향의 혼동을 의미한다. 목적이 목표로, 목표가 목적으로 설정돼 무언가를 달성하더라도 영화 속 잭슨처럼 계속 충족하지 못하고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 자신의 목적과 목표가 각각 어떤 것인지 구별해보는 건 어떨까. 정말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까지, 목적을 소중히 다뤄보는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행복’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