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리츠화재, 반신불수된 교통사고 피해자에 보험금 합의 거부해 논란

‘찜질치료’ 한 번에 보험금 지급 거부당한 기막힌 사연

2011-10-04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 = 도기천 기자] 메리츠화재가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 합의를 4년 가까이 미뤄왔으며, 법원의 보험금 지급 권고(화해권고결정)까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당시 교통사고로 인해 반신불수의 상태에 처했으나,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이 나오지 않아 병원 치료와 생활고로 빚더미에 올랐다.

허리 찜질치료 병력 구실삼아 보험 합의금 지급 4년간 미뤄
법원 지급 결정도 무시…피해자들 생계 파탄에 ‘모르쇠’ 일관

<매일일보>에 제보를 해온 이모(64.여)씨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씨 가족은 2008년 4월 충남 당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건기록과 법원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씨와 이씨의 남편 A씨가 몰던 코란도 승용차가 백색실선을 넘어온 덤프트럭에 받혔다. 이 사고로 이씨는 전치12주, 남편 A씨는 전치3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씨는 천안 순천향대학병원에서 경추 척수손상, 뇌출혈 등으로 두 차례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척수손상으로 인한 우(右)편 마비 판정을 받았다. 오른손, 오른발 등 오른쪽 신체 기능을 상실하게 됐으며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하지만 가해 덤프트럭의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피해자의 기왕증(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의 병력) 등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피해자 이씨 측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 조정에 의해 메리츠화재로부터 겨우 치료비만 지급받을 수 있었다.

이후 이씨 측은 보험사가 합의에 응하지 않자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피해자 가족에게 2억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메리츠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피해자 이씨가 과거 충남 당진의 S의원에서 척추치료를 받은 기록(기왕증)을 근거로 교통사고 상해 판정과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서울성모병원과 중앙대병원에 피해자의 신체감정을 의뢰했다.

이씨는 이미 법원이 지정해준 병원에서 4백만원이 넘는 자비를 들여 신체감정을 받아 법원에 제출한 상태였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던 것인데, 메리츠화재가 재차 신체감정을 법원에 요구한 것.

‘허리 병력’ 알고 보니 ‘찜질’ 한 번

메리츠가 문제삼은 이씨의 기왕증은 이씨가 당진의 S의원에서 사고 전에 척추 치료를 받았다는 진료 기록이다.

하지만 <매일일보>이 입수한 S의원 진료기록에는 2008년 4월22일 단 1차례 허리불편으로 찜질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었으며, 엑스레이 촬영 등 통상 허리치료에 관계된 기록은 전무했다.

<매일일보>이 해당 의원에 직접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S의원 병원장은 “당뇨, 손저림 등으로 내원한 적은 몇 번 있지만 허리치료로 병원에 온 적은 한번 뿐이며 그나마도 (X선 촬영 등) 검사를 받은 게 아니라 단순 찜질(물리치료)을 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따라서 메리츠가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찜질치료를 척추증(허리디스크 질환)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메리츠가 병원에 의뢰한 피해자 이씨의 신체감정 결과가 1년이 넘도록 법원에 제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메리츠화재측은 “병원 측에 수차례 독촉장을 보내는 등 신체감정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감정서가 나오지 않아 재판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측은 “변론기일 2~3일전에야 (신체감정을 의뢰한 병원에) 독촉장을 발송해 독촉장이 변론기일이 지난 후에야 도착하는 상황을 (고의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시간끌기이며, 피해자들을 지치게 만들어 낮은 금액에 합의를 보도록 유도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측은 메리츠화재가 자체 조사한 당시 교통사고 조사보고서도 경찰의 조사내용과 다르며 마치 피해자들도 일부 과실이 있는 것처럼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교통사고와 관련, 대전지법이 2009년 1월에 판결(교통사고처리특례법 사건)한 내용에 따르면 가해 덤프트럭은 진로 변경을 금지하는 백색 실선을 침범해서 이씨의 코란도 승용차를 추돌했다.

특히 판결문에는 ‘노송가든 앞 32번 국도 합류차로’로 사고 지점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메리츠 측이 주장하는 사고지점은 경찰 조사 결과와 달랐으며 피해자 측이 다소 불리해 질 수 있는 위치였다. 또 보험사측은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메리츠화재 측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사고지점을 조작하고, 안전벨트로 인한 상처(외상)가 진료기록에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이씨 가족은 당시 교통사고로 인해 생계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충남 당진에서 부동산중계업에 종사했던 이씨 부부는 사고로 인해 사무실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오른쪽 마비로 한쪽 팔과 다리를 전혀 쓸 수 없게 된 이씨는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통원치료마저 중단한 상태. 이씨의 딸이 집에서 물리치료기구로 이씨의 재활을 돕고 있는 상태다.

이씨의 남편 A씨는 “그날 사고로 우리가족의 운명이 달라졌다. 그동안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로 빚만 떠안게 됐으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이씨 치료에 가족들이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허리찜질 한번 받은 게 기왕증에 걸려 보험금을 못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누가 보험에 가입하려 하겠느냐”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