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성지’ 명동성당이 변했다
뉴코아노조 명동성당 진입농성에 “성당에서 나가라”…수배자보호 약속도 번복
2008-11-23 류세나 기자
명동성당 “이전의 명동성당 아니다”…“2000년도에 집회 거부 의사 밝혔다”
뉴코아노조 “힘없는 노동자 내 쫓는 게 예수님사랑?”…“사랑으로 감싸라”
과거 70~80년대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주인사들의 활동무대이자 수배자들의 은신처 역할을 담당해 ‘민주화의 성지’로 알려져 있는 ‘명동성당’. 그러나 지난 6월부터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고용보장’ 등을 외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뉴코아노동조합에게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가 아닌 그냥 ‘성당’일 뿐이다. 성당측은 노조가 성당부지 내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 철거하는가하면 경찰병력을 동원해 성당 내에서 농성은 물론이고 기자회견조차 막았다. 심지어 농성철회를 조건으로 약속했던 수배자 2명에 대한 신변보호마저 번복했다.
“우리집에 왜 왔니~”
숨바꼭질하는 명동성당(?)
명동성당 측 말대로 명동성당은 이미 ‘예전의 명동성당’이 아니었다. 뉴코아 한 조합원에 따르면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을 당시, 천막을 치고 있는 마리아상 앞에 신도들 십여명이 몰려와 기도를 했다. 이내 기도를 마친 신도들이 갑자기 목장갑을 끼고 천막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신도들에게서 술 냄새까지 났다”고 전했다. 신도들이 술을 마셨다는 점, 목장갑까지 준비돼 있었다는 점 등은 조합원들이 성당측이 신도들에게 모종의 입김(?)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이와 관련 기자는 성당측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주임신부를 만나기 위해 사제관을 찾았다. 평소 사제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고 문 안쪽의 관리실에 용무를 보고한 후 출입이 허용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제관의 문이 열려 있었다. 사제관 2층에서 박신언 주임신부를 볼 수 있었으나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박 주임신부는 “누가 문을 열어줬냐”며 “사제관 밖의 사무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30여분을 기다려도 신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후에 찾아간 사제관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불가능했다. 명동성당 사무실에서 담당자라고 연결해준 사람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가지만 묻겠다는 기자의 말에도 “말 못한다. 전화 끊겠다”는 말만 남긴 채 관계자는 전화를 끊었다. 한편 성당측은 애초에 “나머지 조합원들을 제외한 수배자 2명은 성당 내에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던 말과 달리 모두 다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성당측은 지난 22일 두 참모진에게 성당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끌어내겠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지난 23일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성당측은 우리가 성당에 있음으로 성당이 시끄러워졌다며 입장 번복의 이유를 밝혔다. 주임목사는 이미 권한은 내 선에서 떠났다면서 모든 일은 사목회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언론에서 명동성당을 나쁘게 비추는 것을 접한 후 또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며 “주임목사가 직접 찾아와 ‘의미가 이상한 쪽(두 참모진을 내쫓으려는 것)으로 전달된 것 같다. 건강이 상할까 우려되니 어서 방으로 들어가라’며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박양수 위원장과 윤성술 순천지부장은 성당 뒤편에 있는 성모마리아 상 앞에 침낭을 깔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