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원 첫 탈당’에 술렁
추가탈당 촉각…BBK수사 발표가 고비
2007-11-29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조만간 공식선거운동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친박(親朴)계 곽성문 의원이 29일 탈당,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또다시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일부 언론 등을 통해 곽 의원의 ‘탈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지자 한나라당은 “개인적 탈당”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올 초 여권이 정계개편을 논의한 직후 일어난 ‘첫 탈당’이 결국 연쇄탈당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한나라당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오는 5일을 즈음해 검찰의 BBK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추가 탈당 가능성을 점쳐왔었고, 실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 탈당에 동참할 것이라는 직ㆍ간접적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까닭에 이명박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 잔뜩 긴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추가 탈당 움직임에 적잖이 당황해 하는 형국이다.그럼에도 불구, 한나라당은 외견상 ‘곽 의원의 돌출행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탈당 소식이 전해지자 “제2의 탈당이나 그룹핑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한 핵심 관계자의 입에선 “경선 기간 ‘이명박 X파일’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곽 의원이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추측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곽 의원의 특수한 사정”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논평에서 공식적으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그러나 정치권은 BBK 수사결과가 발표될 오는 5일이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여기엔 이명박 후보 측이나 박근혜 측 역시 동감하고 있는 터라, 곽 의원의 탈당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곽 의원의 이번 탈당이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 후보 일부 측근들의 주장과 달리, 당 내부에서는 이번 탈당을 개인적인 돌발행동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다수의 의견으로 봐야할 지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와 관련 곽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주 쯤에는 따라 나올 의원들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추가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분명히 말하지만 내년 18대 총선 공천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정치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또 어떤 공감대와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실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친 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쇄 탈당 여부 문제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 대표의 거취 문제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는 등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칫 내부 동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팽배해지면서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어수선한 분위기다.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 듯 박 전 대표는 29일 고 육영수 여사 82주년 탄생일을 맞아 옥천 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숭모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BBK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라며 이명박 후보를 압박했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대선 전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 측은 그야말로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이 후보는 같은 날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통령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이제 나를 중심으로 총결집할 것”이라면서 “곧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올 것이고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