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무단 전용”
美국방부 감찰관 지적도 무시…“전용액 환수하고 내년 협상에서 분담금 삭감해야”
[매일일보=김민지 기자] 한국이 미군에게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를 주한미군사령부가 규정과는 달리 타 용도로 전용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 작성된 미국 국방부 감찰관 보고서를 통해 주한미군사령부가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 일부를 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선동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의 일부인 약 1백만 달러, 11억원 가량을 용산 미군기지내 드래곤 힐 호텔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감찰관은 지난 2007년 1월 ‘주한미군사령부 법무감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가 부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의견서를 접수했다.
이후 미 국방부 감찰관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12월까지 현장감사를 실시하고 2008년 2월 긴급보고서를 통해 주한미군사령부에 ‘비세출기관 한국인 고용원에게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를 집행하려고 고려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인건비가 지급된 드래곤 힐 호텔은 미 국방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닌 비세출기관으로, 자체 수입과 지출 구조를 갖고 있으며, 2005년 1650만 달러, 2006년 1970만 달러, 2007년 2190만 달러 등 연간 약 180억원~23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내고 있다.
또 2008년 8월 최종보고서에서는 집행 중단과 더불어 이미 지급된 비용을 환수할 것을 권고했다. 주둔국의 지원금을 미군 병력의 인건비를 제외한 경비인 비인적 주둔비용(NPSC)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률(10 U.S.C. 2350j)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사령부는 2008년 3월 감찰관의 긴급 권고에 대한 답변에서, 한미간 인건비 지급에 대한 약정에는 미군기지 내 한국인 고용원들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세출기관이나 비세출기관을 구분하지 않으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김선동 의원은 “그러나 이는 주한미군사령부가 ‘한미간 이행약정’을 임의로 왜곡한 것”이라며, “한미간 체결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이행약정에도 한국이 지원하는 인건비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 고용원들의 급료와 후생복지비를 지불하기 위해서만 쓰여진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따라서 결국 주한미군사령부는 한미간 규정을 어기고 다른 용도로 전용한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주한미군사령부가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 미국방부의 감사 후에도 주한미군사령부가 비세출기관에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 지원액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를 호텔 직원 인건비로 집행한 것은 명백히 규정 위반”이며 이번에 확인된 건을 포함해서, 지속적으로 주한미군사령부가 분담금을 타 용도로 사용했는지를 파악하는 “감사원의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한 “전용한 금액은 모두 한국 측에 환수조치해야한다”며, “내년에 예정된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에서 이를 반영하여 분담금을 삭감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