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분' 지원유세…내심은?
2007-11-30 박주연 기자
【무안·해남=뉴시스】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선 후보에 대한 첫 지원유세를 위해 30일 호남을 찾아 "이명박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당초 세 번으로 알려졌던 거리 유세를 한 번으로 줄였고, 이 유세마저도 5분만에 끝내고 떠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같은 소극적 지원유세는 다음달 5일로 알려진 검찰의 'BBK 사건' 중간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이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내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 해제읍 시장에서 가진 이 후보 지원 유세에서 "경선 당시 후보로 당선되면 제일 먼저 호남을 찾겠다고 했다"면서 "비록 후보가 되지는 않았지만 약속을 지키려고 제일 먼저 여러분을 찾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남 무안, 신안은 저와 많은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3년 전 신안을 방문했을 때 목포와 신안을 연결하는 압해대교 건설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산을 챙겼는데 진척이 잘돼서 기뻤다. 또 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여수엑스포 유치를 당 역점사업으로 진행했는데 유치됐다는 말을 듣고 감회가 깊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난 귀중한 5년을 어떻게 보냈나. 참 힘들었을 것이고 저도 정말 힘들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정권을 보며 어떻게 편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후 "현정권 들어 5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퇴보했다"고 참여정부의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박 전 대표는 또 "한나라당은 지난 5년 동안 어떻게 하면 여러분의 살림살이를 펴드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활력과 희망을 넘치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준비를 했지만 솔직히 야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면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선택해 달라. 이번에 이 후보를 선택해 기회를 주신다면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정말 우리나라 활력넘치는 나라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박 전 대표는 무안 해제읍 유세 후에는 해남터미널과 강진터미널을 차례로 방문해 거리유세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일정은 해남 재래시장 방문과 강진 노인대학 방문일정으로 수정됐다. 박 전 대표가 과거 지방선거 지원유세에서 하루에도 몇 개의 지역을 돌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최대 지지모임인 '박사모'와 청년 지지모임인 '파랑새단'등의 무소속 이회창 후보지지선언에 이어, 친박계로 분류돼는 곽성문, 김병호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전 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에서 (BBK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그때 보고 (추가 유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해 오는 5일로 알려진 검찰의 BBK 사건 중간조사 결과에 따라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BBK 문제는 국민적인 의혹이 있는 만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하는 문제"라며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면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이 발언과 관련 30일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박 전 대표만 그렇겠나. 우리들도 그런 상황이 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30일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당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오셨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유세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관계자는 "이정도면 박 전 대표로서는 할 만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측근 의원은 "경선 전부터 호남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고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호남에 온 것"이라며 "그 정도 수준에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