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영리병원, 정부와 삼성의 의료민영화 음모?

지경부 “인천경제청 건의 수용, 관련법 개정 추진”…시민단체 발끈

2011-10-12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서정철 기자] 올해 안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최초의 영리병원이 설립될 전망이다. 정부가 하위규정인 시행령을 먼저 고쳐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병원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정부와 인천경제청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송도 영리병원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2일 “송도 국제병원 설립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건의를 받아들여 자유경제자유구역특별법(이하 경자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외국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도록 시행령 및 보건복지부령을 제·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경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병원이 국내 외국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외국면허를 소유한 의사와 치과의사를 복지부 장관이 정한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방안과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은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외국의료기관 개설은 현 경자법 하에서도 문제가 없지만 경자법은 개설요건으로 의료법 상의 요건 외에 자본금과 외국인 투자비율만 규정하고 외국병원 참여 여부, 외국인 의사 고용비율 등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앞서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안에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종철 청장은 “2007년 발의된 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해외 투자유치가 두 차례 무산됐으며, 지난 3월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기간이 올해 말에 종료돼 사업이 다시 무산될 위기에 있다”며 정부에 법 개정 전이라도 송도 국제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제·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청장은 “지난 3월 선정된 글로벌컨소시엄 ISIH(인천 송도 국제 병원)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허가와 관련한 최소한의 규정이 마련될 경우 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연내에 병원운영자를 선정하고 병원 설계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12일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허가요건을 명확히 해 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외국 의료기관의 남설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개설허가 요건과 특례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시행령에는 최소한의 개설 허가 요건만 포함될 수 있어 외국 의료기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례를 담은 법률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강력 반발

시민단체는 송도 영리병원 추진 강행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인천본부는 12일 “전 국민의 영리병원 반대여론과 복지의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욕구를 역행하고, 국민 건강을 재벌 돈벌이로 내주려는 정부와 삼성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범국본은 “영리병원 도입 관련 법안들이 논란 속에 국회 계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행령과 규칙을 고쳐서 설립 요건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회 입법절차와 국민여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정부 행정력으로 영리병원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범국본은 “이같은 행보를 거듭하는 이종철 청장의 오만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행령과 규칙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정부와 삼성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ISIH 컨소시엄과의 일정한 교감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와 삼성재벌이 국민 건강권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와 삼성재벌에 대한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범국본은 특히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값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외국병원의 이름표를 단 삼성영리병원이 아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병원 확충, 무상의료 실현”이라며 “삼성재벌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의료서비스가 향후 10년간 삼성을 먹여 살릴 먹거리’라는 오만한 마음을 버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은 국민의 권리이고, 의료는 상품이 아니며 의료기관은 돈벌이기관이 아니라며, 영리병원이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준엄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