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이뤄진 허위진술? 의혹 남기고 봉합된 전현직 경찰 둔기 폭행사건
2011-10-12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 “술 취한 선배 전직 경찰의 진술에 의한 단순 소란에 불과한 사건이다” 추석 연휴기간, 술에 취한 전·현직 경찰관의 둔기 폭행사건이 발생해 말썽이 빚어진 가운데 경찰이 사건을 전직 경찰관의 허위진술로 마무리됐지만 경찰 안팎에서 남겨진 의혹은 여전히 무성하다. 충북 청주청남경찰서는 12일 경찰관에게 술병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허위로 진술한 전직 경찰관 A(55)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8시30분께 청주시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아내와 다투던 중 싸움을 말리던 경찰관 B(46)에게 술병으로 머리를 맞았다며 거짓으로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3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내와 다투다가 평소 친한 B씨에게 연락을 했고, 연락을 받고 찾아온 B씨가 싸움을 말렸지만 분이 안 풀려 술병으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B씨도 “나는 싸움을 말렸을 뿐 폭행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A씨의 아내는 “남편 머리의 상처가 어떻게 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인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이 없어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종합해 수사를 결론냈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 같은 수사 결과와 달리 경찰 안팎에서는 사건 축소와 봐주기수사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B씨는 왼쪽 팔이 6㎝ 정도 찢어져 청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B씨를 이송하기 위해 이날 오후 8시56분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작성한 상황보고서에 ‘병에 의한 사고 부상’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청남경찰서는 지난 9월20일 수사 중간 결과를 밝히면서 ‘둔기(술병)가 사용된 적은 없다’고 일축한 뒤 이날 오전 진행된 브리핑에서 둔기에 의한 자해로 수사 결과를 발표해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특히 A씨는 자신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술병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진술했으며, A씨의 진술은 최초 지구대 검거보고서에도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신고도 부부싸움으로 신고됐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떠한 의혹도 제기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상식적으로 이해는 힘들지만 B씨의 팔에 남 상처는 깨진 술병의 파편이 튀면서 생긴 것 같다고 B씨가 진술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서 ‘술병이 사용된 적인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당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이라 명확한 언급이 어려웠으나 나는 그런 말(술병이 사용된 적이 없다)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충북경찰에서 심혈을 기울여 주폭(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 척결을 하고 있는데 전·현직 경찰관이 술에 취해 싸웠다고 하면 망신스러운 일이라 사건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수사한 것 같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