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Occupy’ 시작… “우리는 1%에 맞서는 99%”

80여개국 900개 이상 도시에서 동시다발 집회, 서울 도심 곳곳에서 관련 집회

2011-10-15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미국 뉴욕에서 소수의 청년 실업자들이 시작한 ‘아큐파이(Occupy:점령)’라는 도발적인 이름의 반금융자본주의 시위가 한국으로도 전파됐다.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가 이뤄졌고, 6시부터는 서울광장에서 1박2일 일정으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라.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 집회가 시작됐다. 이 집회는 이날 세계 80여개국 9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본과 금융, 부유층의 탐욕에 대한 반감과 항의를 표출하는 ‘아큐파이’ 시위의 1차 타겟은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계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적 자본주의가 드러낸 야수성에 대한 경고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금융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한국의 월스트리트라할 수 있는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자들을 위한 금융정책 즉각 중단과 다수를 위한 금융정책 즉각 시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99%의 시민들이 1%도 채 되지 않는 월가의 탐욕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선 것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한국의 금융시장 역시 세계적 금융투기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카지노 금융’만이 남아 돈 놓고 돈 먹기에만 열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이들은 ▲철저한 금융규제 ▲금융정책·금융관료 책임규명 ▲금융피해자 구제 등의 요구안을 내놨다.

같은 시각 서울역 광장에서는 빈곤사회연대가 ‘빈곤 철폐의 날’ 집회를 열고 정부에 빈곤 상황에 대한 해결마련을 촉구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시민들은 물가폭등, 전세값 폭탄,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의 증가라는 이른바 ‘트리플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며 “금융자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부를 독식하는 사회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5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한미FTA저지 집회를 열었다. 범국본은 “망국적 퍼주기 협정 한미FTA가 통과될 위기에 있다”며 “현재 미 의회의 비준 절차가 마무리됐고 한국 정부도 미국을 따라 비준안을 이번 달에 강행하려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범국본은 “한미FTA 비준안 통과 여부는 우리의 자체적 논의와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은 협상 내용이 만족스럽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정밀한 검토와 폐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는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99%의 행동준비팀’과 시민단체들이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라.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 집회를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했다.

이들의 주장은 전셋값 인하, 등록금 인하, 금융자본 규제, 청년실업 해결, 부자 과세,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 4대강 반대 등 광범위하다.

이들은 강연과 토론회, 자유발언, 문화제 등의 행사를 통해 “1%의 부자와 기업들의 ‘탐욕’을 규탄하고 1%의 세금을 걷어 99%의 일자리와 복지를 늘릴 것을 항의”할 방침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