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명박 지지 선언 한나라 입당
BBK 의혹 연루 대비 사전포석?...'추가 탈당' 중단될지 관심
2007-12-03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이르면 지난 달 말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할 것이라는 여의도 정가의 소문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17대 대통령선거를 16일 앞둔 3일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한나라당에 입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10시40분께 강재섭 대표와 티타임을 가진 후 11시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혁신을 이끌어야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고 그 기로에서 자신이 무책임하게 중립지대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면서 "지난 5년의 국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여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 상황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지금은 정권교체가 꼭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오전에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아침에 까치가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데 오늘 까치가 와서 울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후보와 정몽준 의원은 시내 모처에서 만나 정 의원의 이 후보 지지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박형준 당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두 분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서 진지한 대화를 두 시간에 걸쳐 나눴고, 배석자는 없었다"면서 "정 의원과 이 후보가 한국경제의 현안과 어려움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선 경험이 있고 재계, 정계 등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정 의원의 지지 선언으로 큰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막판 후보단일화로 노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으나 선거일 전날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BBK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일단 '현대가' 사람인 정 의원이 '현대가' 출신인 이 후보를 지지함에 따라 향후 대선 판도에서 이 후보가 상당한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정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 절차를 밟은 후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를 하게 되며, 선대위 내에서의 구체적인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정 의원의 지지 선언이 향후 민주당 조순형 의원 등의 영입을 추진 중인 한나라당의 '보수' 외연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 의원의 합류를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조순형 의원과의 단일화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지원에 이어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 등의 지원사격을 기대했던 이명박 후보 측은 심 후보가 이날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보수세력 외연 확대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이 후보 캠프 합류 배경을 두고 BBK 의혹에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수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대비한 사전 제스쳐가 아니냐는 분석 역시 내놓고 있다.이명박 후보에 대한 '연루' 결론이 나올시, 이 후보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 중단 가능성이 크고 아울러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대역전 가능성이 높아, 한나라당 캠프에 입장에선 '아군'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인 까닭에 '우파연합'의 일환으로 정 후보를 영입, '이명박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어찌됐든 곽성문 김병호 의원에 이은 한나라당내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몽준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과 곧이은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으로, 한나라당은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지지 바람몰이'에 적잖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 김원기 상임고문은 이날 13차 선대위본부장단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정몽준 의원의 이명박 후보 진영 합류와 관련, “그 사람(정 의원)의 결정이 항상 역으로 나타났던 것이 우리는 경험했다”면서 “우리에게 모두 길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측 김갑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해 보고자 심대평 후보와의 단일화도 시도해 봤지만 실패하고 다음 카드로 뽑아든 게 겨우 정몽준 의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당이 정몽준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질투하고 시샘하여 오히려 길조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후안무치하고 비인간적인 처신”이라며 “한나라당은 정몽준 의원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