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 통일하면 신용등급 3단계 하락"

2012-10-18     김민 기자

[매일일보 = 김 민 기자] 2012년 한반도 통일을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현재보다 3단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킴엥 탄 S&P 정부 및 공공기관 신용평가 담당 상무는 17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주최 '한국 신용등급 전망 : 정부, 은행 및 기업'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내년도 통일을 가정할 때 한국의 신용등급은 'A-'에서 'BBB'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2005년 7월 이후 'A'를 유지하고 있다. BBB는 A보다 3단계 낮은 등급으로, 멕시코와 러시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북한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신용등급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S&P는 한반도 통일 시 긍정적 요인으로 안보 리스크의 감소를, 부정적 요인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비용 상승을 꼽았다.

킴엥 탄 상무는 "(통일 한국 원년의) 1인당 GDP는 올해 2만2000달러 수준에서 1만20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출로 올해 GDP대비 약 2% 수준의 재정흑자에서 내년도 약 3% 수준의 재정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련, "(한반도) 정치부문에 대한 점수는 아무리 평화적인 통일을 가정해도 지금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P는 신용평가 시 '북한 리스크'를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S&P의 연례협의(18~21일)에서도 이례적으로 통일부를 방문하기로 했다.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S&P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킴엥 탄 상무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질 것"이라면서 "가까운 미래에 한국 신용등급에 대한 하향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채정태 S&P 한국사무소 대표는 "2009년에서 2011년 동안 한국 기관들의 신용등급 분포를 전 세계 신용등급 분포와 비교해보면 투기등급 비중이 매우 낮고 A등급에 집중된 현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A등급 비중은 60%에 달했고 BBB등급은 34%, 투기등급(BB등급+B등급)은 6%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신흥국의 투기등급 비중은 55.8%였고 세계 전체로는 44.1%였다.

다만 한국 은행의 신용등급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문제, 건설업체 등에 대한 대출 건전성 등 부정적 요인이 상존하지만, 장기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S&P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4.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