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통신 3인방 ‘위기 혹은 기회’

통신시장 SK-KT 양강구도 속 ‘LG텔레콤·파워콤·데이콤’ 입지 줄어드나

2008-12-05     권민경 기자

LG “만년 3위 오히려 내성 강화, 지금부터가 시작”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 LG그룹의 통신 3인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반기 매출액증가율이나 영업이익 등을 놓고 봤을 때는 경쟁사인 SKT와 KTF보다 오히려 좋은 실적을 냈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후발주자인 LG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높다. 유무선 통합과 통신-방송 융합을 향한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경쟁사인 SKT와 KT가 M&A를 통해 ‘종합통신그룹’의 면모를 갖추고 있고, 정부 정책 또한 시장 독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LG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내년 시장의 경쟁구도는 SKT와 KT의 2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그나마 3강 구도 속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여왔던 LG입장에서는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4년 전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LG로서는 이번에 또 다시 SKT에 밀리면서 최근 실적 개선으로 인해 들뜬 분위기를 즐길 새도 없이 난감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무선업계 1위인 SKT가 유선업계 2위의 하나로를 인수하게 되면 통신시장은 SKT와 KT간의 파워게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두 회사와 규모 싸움에서 밀리며 ‘만년 3위’에 머물렀던 LG는 이제 그조차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LG는 무선(LG텔레콤), 유선(LG데이콤), 초고속인터넷(LG파워콤) 등 유,무선 사업을 두루 갖추고 있긴 하지만 후발주자인 탓에 어느 것 하나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3분기 LG텔레콤의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파워콤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지만 SKT와 KT 양강체제로의 재편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통신시장 회오리 속 LG 입지 약화’

실제로 지난달 14일 하나로텔레콤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가 대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SKT를 선정하면서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재편에 관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SKT가 하나로 인수를 완료하게 되면 2천만 명이 넘는 이동통신 가입자(50.5%)와 369만 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25.3%)를 확보해 이동전화 1천270만 명(31.1%)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652만명을 보유한 KT그룹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가 된다. 여기에 하나로텔레콤이 추진하던 IPTV(인터넷TV) 서비스인 ‘하나TV’ 가입자 66만명도 확보하게 돼 유·무선 통합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SK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SK커뮤니케이션즈,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HQ, 서울음반 등까지 합치면 통신 콘텐츠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게 돼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럴 경우 KT 역시 유선시장의 정체를 돌파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KTF와의 합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어 양대 통신공룡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 신 성장 동력 IPTV 후발진입, 열세 극복 관건 

통신업계 최대 ‘화두’인 IPTV(인터넷TV) 시장에 있어서도 SKT와 KT간 양강 체제로 흘러갈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LG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IPTV법제화에 합의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IPTV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KT와 하나로인수를 등에 업은 SKT는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KT는 ‘메가TV’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IPTV 콘텐츠 확보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T 역시 TV포털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하나로의 ‘하나TV' 서비스를 앞에숴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LG데이콤은 IPTV서비스 환경 구축을 완료하고 이달 중 ‘마이LGTV’를 오픈,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LG데이콤은 HD급 고화질 영상과 특화된 콘텐츠를 통해 타사와 차별성을 둔다는 전략. 그러나 업계에서는 KT와 SKT 가 이미 30만, 60만이 넘는 가입자을 확보하고 시장 주도권 쟁탈에 나선 상황에서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LG는 투자나 콘텐츠 측면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LG 측 “규모의 경쟁보다 내실 중시, 1년 뒤 승부 날 것”
 
한편 LG 측에서는 시장의 이런 우려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크게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G텔레콤 한 관계자는 “SKT의 하나로 인수가 큰 경쟁변수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LG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두 라이벌사의 관계 속에서 어렵게 성장해온 만큼 오히려 내성이 생겼다. LG도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자신했다.이 관계자는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SKT와 KTF는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LG텔레콤이 이들 가입자를 끌어오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T와 KTF가 대리점 중심의 영업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데 반해 LG는 핵심상권에 위치한 ‘폰&펀’ 직영점을 통해 판매 역량을 강화해왔다고 덧붙였다.    IPTV 서비스 개시 초읽기에 들어간 데이콤 관계자 또한 “지난 25년간 후발주자인 데이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유지해왔다”면서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내부에서는 사업 전망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내년 연말쯤이면 승부가 날 것이다”고 밝혔다. 또 현재 타사의 IPTV 가입자 수치는 사업 초기 고객확보, 안정화 차원에서 무료기간 등을 통해 확보한 고객까지 포함한 것이어서 일부 ‘허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데이콤 측의 주장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규모의 경쟁보다는 고화질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내실을 꾀하고, 이를 통해 내년까지 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