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전에 석방됐으면…”

구속노동자 가족의 억울한 사연 “참여정부 5년, 노동자에겐 악몽의 시간”

2007-12-07     류세나 기자

20여명 무기한 옥중단식 돌입, 80년대 민주화투쟁 이후 최대 규모
구속노동자 “우리의 요구는 정당했다…정치인과 노동자는 평등하다”

20여명의 구속노동자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렇게 많은 수가 감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독재타도를 외치던 8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들의 단식농성은 무노조 삼성과 싸우다 구속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단식을 시작한 것에 이은 것으로, 이들은 단식을 통해 “법질서가 재벌이나 권력이 아닌 민중의 편에 바로서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은 구속노동자들의 옥중단식을 지지하며 양심수들을 석방하라고 외치고 나섰다.

“기업주에겐 축복, 노동자에겐 악몽”

한국진보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등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중 단식투쟁에 돌입한 구속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하며, 노무현 정권은 퇴임 전에 자신이 구속시킨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단식농성에 동참한 20여명의 구속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투쟁선언물을 전달·발표했다. 이들은 투쟁선언문을 통해 ▲비정규 악법과 한-미 FTA 반대 ▲삼성재벌 해체와 이건희 구속 수사 ▲구속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양심수 석방 ▲재소자 인권보장과 생계형 민생사범 사면 등 11개 요구 사항을 밝혔다.“엄혹한 정세에 ‘자신을 굶기는 행위’라도 하지 않으면 감옥살이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모든 노동자, 민중의 평등한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힌 이들 구속노동자들은 “노무현 정권은 지난 임기 동안 ‘개혁’이란 미명하에 기업주에겐 축복이고 노동자, 민중에겐 악몽과도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다”며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국민이 인간으로서, 주권자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들을 반인권적 법을 들어 구속시켰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3일부터 단식에 결합한 수감자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8명, 타워크레인노조 조합원 5명, 뉴코아-이랜드노조 조합원 2명, 한미 FTA 반대 집회 구속자 3명 등 20여명으로 단식에 참가하는 구속노동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성탄절 특사는 참여정부의 마지막 기회”

이와 관련 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열 사무국장은 “힘 있는 자들이 저지른 삼성의 불법 비자금 문제나 BBK 사태 등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도 처벌되지 않은 채 관용으로 일관되는 것에 반해 노동자들이 파업 ∙ 집회를 벌이면 ‘엉터리 원칙’에 따라 처벌할 구실을 억지로라도 만들어낸다”며 “옥중에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집단 단식투쟁에 돌입한 20여명 구속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이렇게 많은 수의 양심수들이 한꺼번에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은 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 처음”이라며 “노무현 정권에 의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노동자, 민중의 인권이 무자비하게 유린당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속노동자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노 대통령 취임 이후 4년여 동안 구속된 노동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1천37명이다. 노태우 정부(1,973명) 때보다는 적지만 김영삼 정부(632명)나 김대중 정부(892명) 때에 견줘 훨씬 많은 수치다. 지난달 말 기준, 교도소나 구치소 등에 갇혀 있는 노동자는 모두 62명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복역하고 있는 숫자까지 합치면 현재 700여명의 양심수들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지난 3일 청와대에 성탄절 사면을 촉구하는 1만명 시민 서명을 제출했다. 만약 성탄절 사면이 실시된다면 노무현 정부 재임기간 중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공동행동이 성탄절사면에 이들 양심수의 ‘전면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노무현 정권 퇴임 전, 자신이 구속시킨 양심수 전원을 석방하고 물러나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양심이 있다면 25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모든 양심수를 석방함으로서 자신의 과오를 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세나 기자<cream53@sisaseoul.com>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부인 임경옥씨와의 일문일답.

Q. 김성환 위원장의 수감생활은 어떤가.
A. 복역기간이 이달로 2년11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최근 9번째 단식을 하다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에서 4박5일을 지냈다. 옆에서 돌봐줄 수도 없는데 잇따른 단식투쟁을 해 건강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단식이유를 들으면 타당하기 때문에 말릴 수도 없다. 독방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라 주위에 고통을 함께 나눌 동료도 없어 그게 더 걱정이다.

Q.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단식을 하는 이유는.
A. 매번 ‘마지막 단식’이라는 심정으로 단식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만큼 음식을 참는 게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감옥 안에서 사회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곤 ‘단식’밖에 없다는 게 남편이 힘든 단식투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진짜’ 이유다.  

Q.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신이 구속시킨 양심수들을 석방해야한다. 성탄절 특사에서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게 노무현 정권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