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우스운 조폭, 조폭이 무서운 경찰
2012-10-25 최소연 기자
“경찰 보는 앞에서 칼부림”
경찰, 허위 축소 보고까지…조현오 경찰청장 “TV보고서 알았다”
난투극 관련자 전원 검거에 지역별 조폭 전담팀 구성 부산떨기
‘제66회 경찰의 날’이었던 지난 21일 금요일 오후 11시 50분경.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인천 폭력조직 크라운파 조직원 100명과 신간석파 조직원 30명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눈앞에서 한 조직원이 상대 조직원을 흉기로 찌르는 상황에서도 이를 막지 못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충돌은 신간석파에서 크라운파로 소속을 바꾼 조직원이 장례식장 앞에서 신간석파 조직원에게 흉기로 2∼3차례 찔려 중상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망한 크라운파 소속 조직원의 부인을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모여 있던 크라운파 조직원들은 소속 조직원의 부상 소식에 격앙돼 식장 밖에 집결했다. 이날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신간석파 조직원들도 연락망을 가동해 속속 현장으로 조직원들을 모았으며 양측 간에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현장에는 기동타격대와 방범순찰대 등 경찰 70여 명이 출동해 양 조직을 분리하고 해산시켜 더 이상의 유혈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양 조직이 충돌하기 이전에 “조폭들이 장례식장에 모여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남동경찰서 1개 형사팀을 현장에 보냈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 5명은 문상 온 조직폭력배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장례식장 앞에서 추가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때 멀리서 한 조직원이 상대파 조직원을 쫓으며 달려오다 형사들 바로 앞에서 흉기로 상대 조직원을 2∼3차례 찔렀다. 현장에서 검거된 신간석파 조직원 김아무개(34)는 칼부림을 자행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인 크라운파 조직원 이아무개(34)가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문상을 위해 모인 것만으로 검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해 형사들이 현장에 남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갑자기 한 남성이 상대방을 흉기로 찔렀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허위·축소 보고…감찰 착수
경찰청은 월요일인 23일 안영수 인천남동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같은 서 형사과장과 강력팀장·상황실장·관할 지구대 순찰팀장 등을 중징계하고 현장 출동 경철관 4명도 징계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현장 조치가 미흡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축소·허위보고 등의 책임을 물었다”며, “축소·허위보고한 인천청 지휘부와 경찰청 수사 보고라인에 대해서도 감찰조사를 실시한 뒤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폭 수사본부’ 가동…2개월간 집중단속
인천지방경찰청은 ‘조직폭력배 수사본부’(본부장 정해룡 인천경찰청 차장)를 구성해 인천 조직폭력배 집단난투극 관련자들을 전원 검거키로 했으며, 연말까지 전국 조직폭력배들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