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구조조정 ‘아무도 모르게 쉬쉬’

2007-12-09     권민경 기자

삼성·대한·교보 ‘빅3’…“일상적 인력이동” 주장
인사적체 해소, 인력재배치 이면엔 구조조정 신호탄?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생명보험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달 2년여 만에 과장급 이상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에 나선데 이어 최근 대한, 교보생명 등 업계 ‘빅3’가 차례로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 대한 측에서는 한결같이 “‘구조조정’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일반적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생명의 경우 보험시장의 변화에 따라 효율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보업계가 이미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6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고, 보험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생보업계 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정상적인 조치다”(삼성생명), “구조조정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일 뿐이다”(교보생명), “통상적으로 3개월에 한번 꼴로 인사이동이 있다. 일상적인 인사이동이다”(대한생명)

삼성, 대한, 교보 생보업계 ‘빅3’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한 업계의 시각에 이들 3사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해명한 말들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생명의 희망퇴직 실시에 이어 대한, 교보생명 등도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중소형 생보사들까지 이에 동참하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대한생명, 인력재배치 작업 왜?

대한생명은 지난 2일 현재 본사와 지역본부 직원 가운데 100여명의 인원을 법인영업관리자, 방카슈랑스 매니저, 해외주재원 등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차장과 과장 등 중간 관리자가 주요 대상이 됐고, 이들은 현재 새로이 맡게 될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하며 “구조조정이 아닌 일상적인 인사이동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 역시 “인력재배치 작업이 곧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보험시장의 시대적 변화에 대해 노조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단 ‘인력재배치’ 수준이라는 회사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한 관계자는 “다만 법인영업이나 방카슈랑스 등 기존에 있던 업무로 옮겨가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재배치되는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ASM(After Service Manager)’ 과 같은 신설직무로 옮겨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직무에 대한 인사발령은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객서비스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관련 업무에 좀 더 많은 직원을 재배치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노조 측 얘기는 다소 억지가 있다. 누구나 교육을 받고 새로운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것이고, 처음 받은 보직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대한생명은 일차적으로 인력재배치 작업을 끝내고 1월 추가 재배치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 또한 지난달 희망퇴직을 실시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삼성생명은 “간부급 직원의 적체가 심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업계의 분석에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2년 만에 과장급 이상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데다, 과거와 달리 희망퇴직 목표인원을 정하지 않고 퇴직조건 또한 양호한 편이어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외국계 생보사들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로 삼성생명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퇴직조치였기 때문에 ‘구조조정 분석’이 더욱 힘을 얻었다. 한편 삼성생명은 희망퇴직자들에게 기본급여에 성과조정금을 더한 12개월치 급여와 직급, 근속연수에 따라 위로금과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장급의 경우 최고 1억5천만원, 과장급은 1억원 가량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인력운용 효율방안 논의할 뿐

교보생명 역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지만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인력재배치나 구조조정 등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보내오지는 않았지만,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그러나 ‘구조조정’이라는 용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회사 경영 상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단지 인력운용을 효율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활발히 하지 못하다보니 중간 관리자급 직원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즉 “적체된 인력을 보다 원활하게 운용해 나갈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이들 생보사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4단계 방카슈랑스(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은행 판매허용)와, 생보사 상장, 판매채널의 다각화 등 보험시장의 변화 속에서 인력재배치가 불가피하고, 이 작업이 끝나면 결국 필요이상의 인력에 대한 감원 작업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