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주당, ‘박원순 입당’ 미련 버려라

“야권통합하려면 민주당 기득권 포기해야”

2012-10-27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 = 도기천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 변호사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초 언론은 나경원 의원과의 초박빙 접전을 예고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50%에 육박하는 투표율,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가 대거 투표에 나섬으로서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정에 대한 매서운 민심이 확인된 것이다. 박 당선자는 당선 직후 ‘시민이 권력을 이겼다’며 ‘시민의 승리’를 선언했다.

여기서 한 가지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박 당선자는 민주당의 간곡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입당을 거부한 채 선거운동을 해왔다. 유세차 운용, 선거운동원 등록, 투개표 참관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하나 제대로 조직된 것없이 ‘바람’에만 의존한 선거였다.

민주당, 민노당, 국민참여당 등 모든 야당들이 선거캠프에 합류하긴 했지만 중앙선대본을 풍성하게 했을 뿐, 지역단위 선거운동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렇게 되리라는 건 박 당선자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달 출마선언을 할 당시 박 당선자는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박 당선자가 꿈꾸어온 큰 그림은 야권의 대통합이었으며, 이번 선거를 통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박 당선자는 향후 야권통합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참여하고 있는 ‘혁신과 통합’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더 큰 민주당’을 구상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선거를 통한 ‘연합전선’을 내년 총선과 대선때까지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통합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어 민주당 내부적으로 통합의 방식과 수준에 대한 입장차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호남권 중진들이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역할론’도 박 당선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은 또다시 박 당선자에게 입당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작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입당 가능성을 흘리며 언론플레이를 벌이고 있다.

민노당과 참여당도 이런 민주당 중심적인 태도에 불만이 많다. 이들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으로는 당심을 통합으로 모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민노당-참여당 통합 후 민주당과 선거연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또 하나의 민심은 ‘야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서울시장이라는 ‘관료’를 선출하는 행정선거라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하는 정치선거의 성격이 짙었다.

따라서 야권대통합은 정권 교체라는 핫이슈와 맞물리면서 민심의 향배를 가늠 짓는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민심을 거스르지 않으려면 우선 민주당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박 당선자를 입당시켜 ‘거대 민주당’으로 살찌우려 든다면 민심도 멀어지고 야권대통합도 요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