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드디어 달렸다”
56년 만에 남북 가로질러 상시 운행, 기적 소리 끊이지 않고 더 많은 화물과 사람들을 왕래시켰으면…철마여, 신의주를 지나 유럽까지 달려라~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남측의 문산역과 북측의 봉동(판문역)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화물열차가 11일 개통됐다. 이는 2007년 제2차 남북정상선언에 따른 것이다. 열차가 남북을 가로질러 상시 운행하는 것은 한국전쟁 이후 56년만의 일이다. 남북을 오간 첫 화물열차는 11일부터 매일 1회씩 정례적으로 운영되며, 주로 오전 9시 개성공단 원자재를 싣고 남측 도라산역을 출발해 북측 판문역으로 향하고 오후 2시께 개성공단 생산품을 싣고 판문역을 출발, 남쪽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운행된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간 화물열차 운행 초기 개성공단 물동량 부족으로 운송량 확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개성공단 2단계 공사가 완료되고 북측 열차운행구간이 확대되면 철도운송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물열차 운행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으로, 남북은 지난 3~4일 남방한계선에서 북방한계선 약 1.8km에 대한 사전 선로 안전점검을 완료한 바 있다.
◇ 정치권 ‘환영’ = 범여권은 11일 6ㆍ25 발발로 중단됐던 경의선 열차운행이 56년 만에 재개된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
대통합민주신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땅의 민주평화개혁 세력은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21세기 신(新) 한반도시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의선 열차운행이 56년 만에 재개된 것을 7천만 민족과 함께 축하한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이로써 분단 비극을 상징했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게 됐다”며 “한민족의 원대한 비전인 한반도 종단열차의 완전한 복원과 TSR, TCR로 이어지는 대륙열차의 꿈이 이뤄지도록 남북 당국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황선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오늘 울린 기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 더 많은 화물과 사람들을 왕래시키기를 기대한다”며 “또한 머지않아 경의선이 봉동역 뿐 아니라 신의주를 지나 유럽까지 달린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창조한국당 장유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역사적 사건으로서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며 “열차운행 재개를 계기로 남북경협시대가 본격화되고 남북공동번영의 기초가 마련되는 한편,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도 진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오늘은 판문역이었지만 내일은 봉동역, 나아가 평양과 신의주, 베이징과 모스크바, 유럽 대륙까지 철로는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정치 세력은 정치적 이해를 뛰어넘어 ‘철마’가 ‘통일’의 그 날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거국적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경의선 열차운행은 축하하고 환영할 일”이라며 “남북 간에 앞으로 많은 소통이 있고 그것이 시베리아 유럽까지, 모스크바에서 파리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인터뷰
“경의선은 황금노선”...남~북화물열차 기관사 신장철씨
남측 문산역을 출발해 북측 판문역에 도착한 화물열차 ‘S7303’호 신장철 기관사는 “경의선은 황금노선”이라며 “부산과 서울, 평양, 신의주를 잇는 철도의 중심축이 56년 만에 개통됐다는 측면에서 감격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 기관사는 “남측 관광객이 보다 쉽게 북측 관광지로 이동하도록 여객열차가 하루빨리 개통되는 것은 물론 남측이 필요한 북측의 광물자원을 보다 싸고 빠르게 운송함으로써 남북경협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며 “장기적으로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철도 중심축이 복원되어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5월17일 시험운행 당시만 해도 정식개통은 아주 오래 걸릴 줄 알았지 올해 안에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혹시 내가 기관사로 선정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큰 기대는 걸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베이징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이 이용할 여객열차도 운행하고 싶다”면서 “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971년 입사 이후 꿈이었던 100만km 운행으로 홍조훈장을 받은 신 기관사는 지난 5월17일 열차시험운행 당시에도 같은 구간을 운행한 문산-판문점 구간의 베테랑. 첫 정기운행 화물열차의 기관사로 선정된 이유도 이 구간을 가장 잘 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주말을 제외한 평일 하루 1회 도라산-판문 구간을 운행하는 화물열차의 기관사는 신장철 기관사를 포함해 4명이다. 도라산역에서 출발하는 오전 9시에 맞추려면 새벽 5~6시에 출근해야 하고 북측에서 실은 화물열차가 도라산역에 도착하는 오후 2시 이후에도 화물을 인계하는 등 노동량도 만만찮다.
문산-판문역 구간 화물열차의 첫 운행을 맡은 김재균 지도과장(기관사 지도역)은 “5월17일 시험운행을 한 지 7개월 만에 화물열차 정기운행이 이뤄져 의미가 깊다”며 “여객열차 개통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