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는 우리가 Me No Jay Park 을 외칠 때

2018-12-09     오승현 삼성전자 senior professional

[매일일보]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노래는 래퍼 사이먼 도미닉의 ‘Me No Jay Park’ 이다. 한 기획사의 공동대표였던 그가 또 다른 공동대표인 Jay Park(박재범)과 본인을 비교하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대표직에서의 사임을 결심하는 내용이다.

비교는 솔직하면서도 분석적인 데다가 명확한 결론까지 내놓는다. 늘 확실한 계획이 있고 일개미에다가 배짱도 두둑한 Jay Park에 비해 본인은 진지하기만 하고 게으른 사람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일해라 정기석 일해”라는 압박을 받을 정도로 실적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버겁다. (정기석은 사이먼 도미닉의 본명) 공동대표인 Park의 속도를 따라가는 자체가 어렵다. 결국 사임을 하고 가장 본인답고 믿음이 가는 래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나도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며 살아왔다. 학창시절엔 엄마/아빠 친구의 아들/딸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나보다 나은 성적으로 장학금까지 받았고 부모 말도 고분고분 잘 따랐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즈음에는 누구 아들이 대법관 딸과 결혼했고 누구 사위는 억대 연봉이라 해외여행을 몇 달씩 보내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자녀들은 부모와 사이도 각별해서 함께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시시콜콜한 대화도 자주 나눈단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공감하는 친구와 동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이건 내 문제만은 아닌가 보다. 그래서 TV에도 숱하게 등장하는 ‘엄친아’나 ‘엄친딸’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 졌을 터. 그게 허구든 진실이든 중요하지 않다. 드라마에 나오는 키 크고 잘생기고 젊은데다가 성격까지 좋고 한 여자만 바라보는 재벌 2세 전략기획 실장은 대한민국 99% 청년들의 기를 죽인다.

그런데 이런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내 외모가 갑자기 정해인이나 손예진이 될 수 없다. 누구나 연봉을 몇 억씩 벌고 강남에 집 한 채 있는 배우자를 데리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의사나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설사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모든 것을 포기해가며 공부하면 번듯한 법조인이나 의사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과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은가? 나에게는 나 나름대로 삶의 방식이 있다. 친구들과의 치맥도 소중하고 혼자 소파에 늘어져 TV 예능을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그것도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그런 직업, 직장, 배우자를 얻기 위해 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일까? 그렇게 하면 나의 삶이 행복해지는 걸까?

나는 나 나름대로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른 조건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그 결과 역시 다를 뿐이다. 그걸 무시한 소위 사기 캐릭터와의 비교는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들 자신을 그런 쓸데없고 한심한 비교로 몰아넣지 말자. 우리가 가장 하고 싶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가장 스스로답고 믿음직스럽다. 지금부터라도 당당하게 “Me No Jay Park”이라고 외치자. 그 어떤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렇게 해야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감을 갖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