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레트로’(retro)와 ‘뉴트로’(new-tro)의 간극
레트로(retro)란 과거를 회고한다는 뜻으로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의 줄인 말이다. 뉴트로(new-tro)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신기해하는 신세대들의 새로운 복고를 뜻한다.
뉴트로와 레트로는 과거를 회상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복고’를 추구하는 주체가 어떤 세대인지에 따라서 나뉜다. 레트로는 30~50대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뉴트로는 10~20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옛날을 새로이 접하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주로 불황기에 복고풍이 다시 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심리학조사로 인생의 전 생애 중 ‘가장 특별한 순간과 시기’를 질문하자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있었던 ‘첫 번째의 세상경험’에 대해 회상했다. 이러한 기억과 심리는 마케팅 시장에서 상품과 소비에 영향을 준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게 되면 미래소비 대비 소비지출에 대해 관대해지고 행복감을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50년 된 대중목욕탕을 바(Bar)로 변신시켜서 이색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버려진 건물은 핫한 장소로 등극됐다. 연탄공장은 브런치 까페로, 여관은 드립 커피점으로, 신발공장은 갤러리로, 정미소는 전시장으로, 조선소는 살롱으로 변신한다. 촌스러움과 꾸미지 않음으로 무장한 골목상가에서는 오히려 현대적이거나 세련됨이 무색할 지경이다.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너무 세련되지도, 현대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예전에 삐걱거리던 목재계단과 장식이 요란한 샹제리에 조명은 빈티지한 소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촌스러우면 촌스러울수록 더욱 더 각광을 받는다.
퇴근 후 사람들은 취미와 기억과 취향을 공유하고 전달하기 위한 모임을 기웃거린다. 체험과 다른 업종과의 뜻밖의 결합은 이용자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공간은 기존의 고정된 장소의 의미가 아닌 시간대와 사용을 초월하는 기능을 넘나든다. 기억의 환기와 소환에 대한 댓가는 기존 상권 데이터로 무작정 시장을 파악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을 만들었다.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이길 강조해서 일과 삶이 곧 하나였던 기성세대와 필(feel)에 꽂히고 감성을 인정하고자 하는 워라밸 세대의 간극은 분명 새로운 문화와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의 어떤 성향이나 기조(基調)를 어떠한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리고 일괄적으로 따라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면,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는 불황과 불확실함에 대한 일상의 작은 재치와 여유를 선사함으로써 당분간 마켓을 점유할 것이다.
낡고 오래된 것에 대한 연민과 추억을 팔고 추억을 소비하는 감성시대는 수익과 논리 중심이었던 상권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