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금품 살포’…현대·롯데·대우 관계자 334명 입건

홍보대행업체 내세워 꼬리자르기…현금·명품가방 등 제공

2018-12-11     이동욱 기자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받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건설사와 홍보대행업체 직원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수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로 건설사 임직원과, 이 과정에서 건설사 측과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증재)로 홍보대행업체 직원을 입건해 총 334명을 10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현대건설은 전무 등 7명, 롯데건설은 부장 등 14명, 대우건설은 부장 1명이 각각 송치됐다. 또 각 회사들을 대신해 금품을 뿌린 홍보대행업체 3곳의 대표와 직원 총 293명도 적발됐다. 돈을 챙긴 조합 대표나 조합총회 대행업체 대표 등 19명도 함께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돈을 받은 조합원은 총 1400명에 달하지만, 경찰은 이들 중 영향력이 크고 금품을 많이 받은 이들만 송치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건설사 임직원들은 조합원들에게 현금·명품가방·식사·관광 등 다양한 형태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홍보대행업체를 선정해 이들에게 대가성 금액을 교부하거나, 계약을 빌미로 법인카드를 받아 유흥에 이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건설사들이 제공한 금품은 각각 현대 1억1000만원, 롯데 2억원, 대우 2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현대와 롯데는 수십억원대 홍보예산을 책정한 정황이 있어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이들은 고급 호텔에 조합원들을 불러 좌담회를 한다는 구실로 무료로 숙박을 하게 해 주거나 태블릿PC를 건내며 “제안서를 저장해뒀으니 읽어보라” 한 후, 돌려받지 않는 수법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한우 갈비, 오리고기, 과일, 수건 등 선물을 조합원의 신발장에 몰래 두고 오거나 경비실에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이 같은 로비 끝에 각각 현대건설은 반포, 롯데건설은 잠실, 대우건설은 신반포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걱걱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금품이 모두 홍보 용역비로 책정돼 결국 시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경찰은 앞으로 조합원들을 소환해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한 후 검찰에 순차적으로 송치하는 한편, 아직 내사단계에 있는 재건축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를 넓혀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