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리는 청계천 공구상인 “가정까지 무너진다”

서울시 재개발 사업에 4만여 노동자 ‘위기’…정부·지자체 책임 미뤄, 대책안 수립 촉구

2019-12-12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서울시가 도시슬럼화를 명목으로 70년 역사의 공구거리를 재개발하려 한다.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고 나가라는 것은 사회 공공복리에 맞지 않는 행위다.”김상윤 청계천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팀장의 호소다. 비대위는 청계천 공구거리 재개발을 반대하며, 6일째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철야농성과 함께 비대위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실시했다.김 팀장은 “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노가리골목은 문화유산으로 인정을 받는 상황인데, 공구거리는 나가라는 분위기”라며 “공구거리에 근무하는 사장을 비롯한 종업원 4만여명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이어 그는 “이들이 실직하면 가정이 붕괴돼 자녀들이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서울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중구청은 서울시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청계천 공구거리는 청계2·4가에 위치한 한국 공구산업의 태동지로 알려졌다. 지난 1960년대부터 상인들 간 협력체계를 만들어, 상업지구를 구축했다. 현재 약 530개 기계·공구·건자재 점포가 공구거리에 들어서 있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4만여명에 이른다.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업지구의 특성상 개발에 대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건설사가 진출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근 환경·교통평가를 실시해 상업지구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이에 공시지가(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사·평가해 공시한 토지의 단위면적당 가격)가 20% 이상 상승했다. 동시에 평균 월 100만원 수준이었던 월세가 2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2023년까지 해당 부지에 26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준공할 계획이다.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서울시는 생존의 위기와 추위에 떨면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청계천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고 상가입주 대책을 마련한다”며 “20만 청계천 상인과 가족의 생존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계천 소상공인들에게도 대한민국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