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은 내 쌈짓돈?
대학들, 천태만상 운용 실태 드러나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대학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사회적 비판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예산 부풀리기’ 등 대학들의 부당한 재정 운용이 등록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감사원은 ‘대학재정 운용실태’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틍해 “대학과 학교법인이 대학 설립·운영자로서의 의무에는 소홀하면서, 학교의 편의에 맞는 재정운영과 회계처리를 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통상 교비회계(국공립대는 기성회 회계) 세입부족액(지출-수입)을 근거로 등록금 인상안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지출을 늘려 잡고 등록금 외의 수입을 적게 잡아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경비유용·회계누락은 기본…횡령·배임 ‘무더기’ 적발
감사원, 50개 대학 90명 비위자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
감사원이 최근 5년간 29개 사립대와 6개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든 대학에서 예산편성시 지출을 실제 소요에 비해 많이 잡거나 등록금 외 수입을 실제 수입에 비해 적게 잡는 것으로 드러났다.
A대의 경우 공과대학 및 본관의 신·증축비로 227억원을 2006년~2008년 지출 소요로 잡았다가 집행하지 않았으며, B대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직전 회계연도 집행 잔액이 많게는 345억원에 달하는데도 이를 수입예산에 단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학생 수를 2.9~14% 적게 추정해 등록금 예상 수입을 줄였다.
학교 수입 빼돌려 임의 사용?
7개 대학에서는 법인이 시설비와 교육비, 장학금 등의 용도로 기부 받은 기부금을 교비회계에 세입으로 처리하지 않고 법인회계에 처리하여 임의로 집행하거나 장기간 보유하기도 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등에 따라 학교시설사용료는 교비회계에 세입 처리해야 하는데, 법인회계에 세입 처리를 하는 바람에 학교 수입의 누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 5개 대학은 학교발전기금, 학교시설사용료 등의 학교 수입을 회계장부에 기록·관리되지 않는 계좌로 관리하면서 지출증빙 없이 임의로 집행한 사실이 발각됐다.
교비 부당·과도 집행
법인이나 산학협력단에서 부담해야 할 운영경비를 교비 회계에서 지출하거나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교비에서 부담해 또 다른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감사 결과 29개 사림대 중 14개 대학은 최근 5년간 대학별로 연평균 167억원을 건설비로 집행하면서 거의 모두를 교비로 충당했다.
또 국공립대 6곳은 교직원에게 연평균 1,479억원(기성회비의 30%)의 급여보조성 인건비를 기성회비로 지급하는 등 인건비성 경비를 과도하게 집행하여 교비 지출소요를 늘린 사례도 적발됐다.
횡령·배임…탈법천국
이와 관련 감사원은 “각 대학의 적정 등록금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 수준의 교육 서비스에 소요되는 원가 및 향후 교육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미래투자 재원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감사를 통해 이를 모두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어 “이번 감사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초래하는 대학재정 운용 과정상의 불합리·비위사항을 다수 지적했으며, 그 결과를 각 대학과 교과부에 정책 참고자료로 통보하여 개선토록 유도할 예정”이라며 “ 이로 인해 대학의 등록금 결정 및 재정운용 과정이 투명해져 장기적으로 등록금 인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대학재정 운용과정에서 탈법·비리 행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113개 대학 중 50개 대학에서 다수의 구성원이 횡령·배임 등으로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으며, 이들 중 90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