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의 #위드아트] 북극한파도 동심을 못 이긴다

2018-12-13     송병형 기자

기후온난화 탓인지 요새 겨울은 북극한파가 설치는 살벌한 계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겨울이야말로 동심으로 돌아가 일상의 낭만을 찾기에 최적의 계절이 아닌가.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겨울을 가장 로맨틱한 계절로 만들어준다.

2007년도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났던 노동식 작가의 작품들이 바로 그러하다. 눈 오는 날 맨홀 옆 발자국을 실제 눈처럼 묘사한 '눈을 밟다',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나타나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표현한 '첫 눈 오는 날'의 작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특히 그의 작품은 동심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한다.

그는 '솜'을 재료로 동심의 세계를 조각, 설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노동식을 대표하는 오브제이자 키워드인 '솜'에는 작가의 유년시절 환경이 담겨있다. 작가의 아버지는 영동시장에서 솜틀집을 했다.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솜은 작가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가 됐다. 포근한 솜으로 빚어내는 그의 작품은 그리운 동화 속 판타지의 세계 혹은 어렸을 적의 따뜻한 기억과 그리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 있다.

작가는 어렸을 때 산동네에 살았다고 한다. 동네에서 봤던 뻥튀기 아저씨, 소독차, 가마솥에서 나오는 연기 등등이 그의 작품에 등장한다. 장년층이라면 모두 경험했을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다. 뻥튀기 장면을 묘사한 '뻥이요', 한 겨울 교실 중앙 추억의 연탄 난로 위 주전자과 도시락을 표현한 '콜록콜록', '아톰의 위기', '램프의요정 지니', 잠이 오지 않을 때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세다 100마리가 되어버린 '불면증' 등 그의 작품을 접하면 어린 시절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 

그는 "어렸을 때 기억을 만들려고 한다"며 "누구나 기억을 재생하면 당시에 지나갔던 사람들의 얼굴까지 떠올릴 수 있다. 그런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 그게 소통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필자는 매년 기획하는 크리스마스 자선 옥션과 연계한 전시도 시작했고, 집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제목의 작품을 꺼내 걸었다. 새벽부터 내리는 함박 눈에 눈 떴을때 창밖이 '윈터 원더랜드'가 되는 작은 선물은 연말에만 느낄 수 있는 낭만과 기쁨이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거나 내려 앉는 눈을 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벙어리 장갑을 끼고 나와 눈사람을 만들었던 향수에 젖어 들어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