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노숙소녀 상해치사’ 기소 노숙인 잇따라 무죄

검·경의 ‘짜깁기’ 시나리오?

2011-11-07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한승진 기자] 수원역 노숙소녀 상해치사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10대 노청소년 4명의 형사재판에서 이들 청소년과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가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된 30대 노숙인들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10대 청소년이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이들 30대 노숙인의 상해치사죄에 대한 혐의도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옴에 따라 수사기관의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수원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시 안호봉)는 7일 “정씨와 함께 노숙소녀 김모(당시 15살)양을 때려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번복한 혐의(위증)로 추가 기소된 노숙인 강모(33·정신지체 2급)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위증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무면허 운전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 벌금 500만원의 원심을 파기하고 200만원을 감형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원역에서 범행현장인 수원 A고교까지 1시간이나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된 경위나 사유가 없고, A고교 정문과 수원역 대합실, A고까지 가는 경로 등에 설치된 모든 CCTV에 정씨와 노숙소녀 등의 모습이 전혀 찍히지 않았고, 현장 감식에서도 지문이나 유류품 등 정씨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등 물증이 전혀 없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과 피고인의 진술에 의한 사망 추정 시각은 사건 다음날인 오전 3~4시 사이지만,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 등을 검토한 결과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최소 3∼4시간 이상 차이가 나 사건 당일 자정을 넘기지 않았다. 폭행이 주택가 인근에서 이뤄졌는데 비명소리 듣지 못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물증 없이 피고인과 주변인의 자백에만 의존한 결과를 믿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범들의 항고심까지 자백을 번복하지 않은 것은 수사기관이 강압적으로 자백을 종용해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2008년 10월 공범으로 기소된 10대 노숙청소년 4명에 대한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수원 A고에 가지 않았고, 노숙청소년들도 정씨도 안갔다”고 진술을 번복, 위증죄 증으로 추가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같은 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은희)도 노숙소녀 상해치사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모(32)씨의 위증죄에 대해 같은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2007년 5월 수원 한 고교에서 발생한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구속기소돼 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4년6개월째 복역 중이다.

물증은 없이 이들의 자백만으로 유죄가 인정된 노숙소녀 상해치사사건 재판의 결정적 증언마저 “신빙성 없다”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수사기관의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경기의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잘못된 수사를 감추기 위해 위증죄로 추가 기소했으나 오히려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기회가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검찰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정씨를 석방하고, 전면 재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수사기관이 ‘범인’을 물색해 놓고, ‘범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한편의 영화를 찍었다고 박 변호사는 지적했다.

한편, 정씨는 상해치사죄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지난 7월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