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17대 대선이 마무리됐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이회창 후보. 비록 15.1%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지만 한때 거센 '창풍(昌風)'으로 여의도 정가를 들썩였던 그다. 세번째 대권 도전마저 좌절됐지만 낙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대선 직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공언을 현실화시켜야 하기 때문. 대선 이후 별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 후보는 지난 21일 오전 남대문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창당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확언했다. 대선 막판에 합류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 함께 '진정한 보수'를 기치로 신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이번 주말에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보충한 뒤 월요일부터 매일 선거사무소에 출근할 예정이다. "씨를 뿌리고 가꾸겠다"며 창당 이후에도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만큼 당초 폐쇄하기로 했던 선거사무소 내 기자실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반면 대선 막판 공개된 'BBK 동영상'으로 대역전을 고대했던 정동영 후보는 패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정 후보는 BBK 역풍으로 최소한 득표율 30%를 상회하리라는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면서 내부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부상하자 일단 공식일정을 자제하고 '백의종군' 선언을 했다. 당 내에서 '친노(親盧) 단죄론' '노무현 색(色) 빼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당 쇄신의 당위성이 대두되자 일단 몸을 낮추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그는 오는 23일에는 고향인 전남 순천에 내려가 휴식을 취한 뒤 24일부터 3일 간 광주 소재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머물며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다. '정치 신인' 문국현 후보는 지난 21일 총선준비단과 전당대회준비단을 꾸리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국민의 숲으로 들어가 국민 여러분과 함께 다시 뛰겠다"고 공언한 것. 대선 이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도곡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문 후보는 이번 주말에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향후 정국 구상에 골몰할 예정이다. 끝내 불발로 그친 범여권 후보 단일화, 총선 자금 확보, 외부인사 영입, 당 체제 정비 등 산적한 과제를 헤쳐나가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이번 대선에서 두자릿 수에 못 미치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정치적 동력을 총선까지 이끌어갈 지 불투명해졌고, 단일화를 끝내 거부하면서 시민사회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문 후보의 독자 행보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마저 불투명하다. 대통합신당 '고심' 깊어지네~
일단 17대 대통령선거에 참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국정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약체 후보를 내세운 데다 선거 내내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이어지면서 예상됐던 결과였지만 막상 대참패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대선 패배로 여당에서 야당이 됐다는 단순한 지배세력의 교체보다는 향후 10년내 범여권이 다시 집권할 수 있겠느냐는 민주개혁세력 존립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과거 엄혹했던 수십 년간의 야당세월을 경험하지 못한 범여권 대다수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모를 민주개혁세력의 기나긴 빙하기를 견뎌낼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분분하다. 여기에 일부 중진들을 제외하고는 탄핵바람으로 의원이 된 다수의 386 출신 의원들이나 재선의원들은 배고팠던 야당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고, 그만큼 야당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이 드물다는 것이 위기론의 근본에 자리잡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4월 총선을 통해 얼마나 국회에 재입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이명박 후보의 집권 초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범여권은 그야말로 그동안 회자됐던 궤멸론의 확산 속에 지리멸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이번 대선 개표 결과 득표율도 범여권의 위기론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서울과 수도권 충남북에서 23, 24%대 득표율에 그쳤고, 부산 경남 대구경북에서 한 자릿수부터 13%대라는 대참패로 나타난 데다 과거 90%대였던 호남 득표율이 70, 8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궤멸론의 확산 속에 신당 내에서는 후보 책임론이나 제2의 핵분열 가능성 보다는 일단 숨을 죽이고 향후 정국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새판짜기도 이제 이명박 당선자가 내놓을 향후 정국 구상에 따라 재편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진로를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당은 당장 지도체제 정비와 내년 총선준비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처럼 당의 체제 정비를 위해서는 '일대 쇄신론'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동영 후보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비록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진 못했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항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정치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22일부터 사흘간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광주의 한 정신지체장애인시설에 머물며 봉사활동 등을 한 뒤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92년 14대 대선 당시 대권 3수생이던 김대중 후보나 2002년 16대 대선에서 두 번째로 고배를 마신 이회창 후보가 각각 정계은퇴를 선언해 당의 부담을 덜어줬던 전례와는 다른 분위기다. 또 쇄신론을 주도할 세력도 마땅치 않는 상황이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쇄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무게가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당내 6개 계파도 향후 신당의 진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백의종군하겠다"…과연
17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일단 2'백의종군'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21일 최고위원 및 상임고문단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통해 "다들 열심히 자기 일처럼 해주셨는데 제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정 후보가 향후 거취와 관련 직접 언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자리는 정 후보가 지도부에게 대선을 치른 뒤 감사의 뜻으로 점심을 사기위해 마련된 자리로 최고위원들은 "고생하신 만큼 당분간 쉬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참석자는 "정 후보가 심신이 모두 지친 만큼 당분간 건강을 위해서 쉬라는 단순한 말이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김근태 조세형 문희상 정대철 상임고문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 측 핵심 의원은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이 지금 일정정도 전면에 나서서 역할을 맡을 수 있겠느냐"며 "그런 취지일 것이고 당분간은 2선 후퇴를 통해 당에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아직까지 언급을 하지 않은 만큼 너무 확대해석할 일은 아니다"라며 "후보가 무엇보다 책임이 크겠지만 지도부도 당도 모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정 후보 진영은 이날 일제히 "정동영 후보도 노대통령으로 보더라"며 선거 참패의 원인을 노 대통령의 국정 실패로 돌리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일단은 대선민심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녀보니 지난 5년에 대한 심판이더라"며 "우리는 현정부의 색깔이 빠져야 거듭 날 수 있을 것이고 새 지도부 구성에도 국정실패의 책임이 있는 분들은 빠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당, 향후 지도부 구성놓고 '격론'
이런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전날 사의 표명을 한 오충일 대표의 거취 문제와 향후 지도부 및 당 쇄신안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차제에 '참여정부·열린우리당 색(色)'을 빼야 한다는 '대선 패배 책임론'과 오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사퇴가 능사가 아니라는 '총선 단합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대선 결과는 '징벌적 심판'이었고 우리의 참패였다. 우리는 책임과 쇄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우선 당 쇄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태안재해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 대표가 바로 복귀해서 우리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지도부로 새출발할지 논의해 줬으면 좋겠다. 어떤 그림으로 가야 국민들에게 우리가 책임을 지고 새로워졌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려는 오 대표의 충정은 알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 대표가 (당 쇄신) 과정을 함께 감당하고 함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지금 당에 합법성을 가진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밖에 없는데 최고위원 모두 퇴진해서 공백이 생기면 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며 "최고위원회의가 결합된 임시지도부가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상임고문은 "내 책임 네 책임을 따지면서 서로 손가락질하지 말고 힘을 모아서 향후 문제에 대처하자"며 "최고위원과 상임고문, 당내 경선 최종주자들을 포함한 연석회의에서 지혜를 모아 그림같은 최상의 드림팀을 만든 뒤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총선에 임하자"고 말했다. 반면 김종현 사무부총장은 "대선 과정에서 창당 초심을 잃고 '도로열린당'의 인상을 주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며 "열린우리당 지도부나 참여정부에 동참했던 분들은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대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참패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없이 앞으로 가면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정치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선 실패 원인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 정체성 문제, 아마츄어리즘 등 세 가지"라며 친노(親盧) 세력에 날을 세웠고, 김덕규 상임고문은 "대선 참패 원인 분석을 외부에 용역을 주든지 해서 명확하게 밝히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 오충일대표, 사의 철회…쇄신안 논의
한편 대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가 당 최고위원과 원로들의 만류로 사흘만에 사퇴의사를 접고 당으로 복귀했다. 오충일 대표는 2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의 어른들께서 사퇴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아니라는 충언과 고언을 해주셨고 저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이 책임을 다하는 방법은 아니었다"면서 "그래서 당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지난 이틀 동안 조용한 곳에 가서 창당부터 대선까지의 기간을 곰곰이 돌이켜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이제 당이 쇄신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리고 국민들께 이제는 실망 대신 희망을 안겨드리기 위해 남은 미력을 다하겠다"고 당 쇄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대선으로 정치의 승부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저희 당은 쇄신과 아울러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정치, 희망의 정치를 끌어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총선을 비롯해 우리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정이 앞에 놓여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임하는 것이 당과 후보를 지지해주신 국민들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덧붙였다. 신당, 2월3일 전당대회 열어 새 지도부 구성
이런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은 내년 2월3일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구성키로 했다.이낙연 대변인은 22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전당대회는 내년 2월3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면서 "전당대회를 실무적으로 준비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은 당헌대로 사무총장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이 대변인은 "그동안 일부에서 거론된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임시지도부는 당헌상 불가하므로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최고위원회의가 중요사항을 결정하되, 상임고문단과의 연석회의를 상시적으로 열어 의견을 조정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할 새 지도부 구성 등을 위해 물밑대화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특히 "대선 참패를 반성하고 당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당 쇄신위원회를 두기로 했다"면서 "쇄신위는 대선결과를 평가하고 당의 진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며, 쇄신위 인선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대선결과를 평가하고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오전 8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전 10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그는 또 "총선을 비롯해 우리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정이 앞에 놓여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임하는 것이 당과 후보를 지지해주신 국민들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덧붙였다. 창조한국당 '총선·전당대회 준비단' 구성
창조한국당 역시 전당대회준비단·총선준비단·대선평가단을 두고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에 따르면, '전당대회준비단'은 대선 이후 당 체제 정비 및 당헌·당규 재정비 등 총선 준비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검토하고, '총선준비단'은 전국 조직을 정비해서 인재발굴 및 인사영입 등을 담당하기로 결의했다. 창조한국당은 또 대선잔금 정리와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당 지도부 및 전 당원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회창 "신당, 속도 낼 것"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내년 4월 총선을 위해 신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21일 신당 창당과 관련해 "내년 4월 (총선을) 생각하면 늦춰서는 안된다"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남대문 선거사무소에 출근해 기자들과 만나 "기득권에 안주하고 부패와 짝지은 보수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당의 성격에 대해 "이해 관계나 지역에 따라 (결합하는) 모자이크 같은 정당이 아니다"면서 "총선 때 '한나라당은 포화 상태고, 신당은 갈 수 없고' 해서 배지 하나 얻어보려는 사람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대표를 맡을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창당 이후 뒤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설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말꼬리 잡지 말라"면서 "그렇다면 내가 (당을) 만들지도 않았다. 씨를 뿌리고 가꿀 것"이라며 향후 신당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뜻을 내비쳤다.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측근들이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보수 신당, 역사를 만드는 것은 측근들이 할 일이 아니다"면서 "그들이 할 일은 날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회창, 본격 창당 작업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말했던 '경천동지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대선 삼수에 실패한 '불운'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은 카드는 있다. 이 후보는 대선 당일인 19일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대선 패배를 인정한 뒤 "이번에도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선 후 뜻을 같이하는 세력을 모두 모아 전국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여정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바로 창당이다.
그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박근혜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 '삼고초려'를 한 것도 총선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언제, 어떤 세력과 연대를 하느냐는 것이다. 심대평 후보는 "대선 직후 곧바로 창당작업을 할 것"이라며 "1월 중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1월말 혹은 2월 초에는 (당이) 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성문 의원도 "1월 중에는 창준위(창당주비위원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12월까지 국중당이 창당과 관련한 실무를 마무리 한 후, 다음해 1월부터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착수하겠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연대 세력과 관련해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된 사람들과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의 보수 세력을 모아 전국정당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한나라당이 중도 쪽으로 움직이면 보수 진영에 공간이 생긴다"며 '틈새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1월 중 공천심사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총선 준비에 들어가면 공천에 불만을 품은 세력과 접촉해 집단 탈당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후보의 측근은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가운데 20여명 정도가 우리쪽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섭단체 구성에도 자신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행 선거법상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20석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15.1%라는 이 후보의 득표율이 외연확대를 하기에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후보가 최근 '공동정부'의 대상으로 거론한 박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득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거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이 후보는 2위인 정동영 후보에게 조차 10% 넘는 격차로 졌으며, 박 전 대표의 텃밭 지역인 대구에서는 18.05%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금으로선 이 후보가 본격적인 창당 준비작업에 착수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를 향한 '삼고초려'는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