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당신을 웃고 울린 뉴스는?
<매일일보>이 선택한 올해의 10대 뉴스!
[매일일보닷컴] 2007년의 <대한민국> 역시 다사다난했다. ‘검은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가 대선 직전에 터져 국민을 힘들게 했고, 올 초엔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의 범인이 교포학생인 조승희군이라는 사실이 공개돼 국민을 경악케 했다. 정치권에선 BBK 공방이 큰 이슈로 떠올랐으며, 변양균과 신정아의 러브스토리도 눈길을 끌었다. 본지가 선정한 다사다난했던 2007년의 우리사회 10대 뉴스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9일 해양수산부, 태안해경, 충남도 등에 따르면 오후 9시 현재 태안군 이원·원북·소원·근흥면 일대 해안 150㎞에 유막(油膜)이 형성돼 있으며, 만리포 등 10여 개 해수욕장이 기름으로 뒤덮였다. 또 굴·바지락·전복 등을 키우는 태안군 내 전체 양식어장 445곳 5647㏊ 중 170여 곳 2108㏊(37%)가 오염됐다고 충남도는 집계했다. 충남도는 1~2일 안에 피해가 전체 어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8일 충남 태안·서산·보령·서천·홍성·당진 등 6개 시·군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 신속하게 인력·장비·물자를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웬델 플린츔 버지니아공대 경찰청장은 범인이 “미국에 영주권을 갖고 거주하고 있는 23세의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주권자는 ‘그린카드’라고 불리는 영주권을 갖고 미국에 기간 제한없이 거주할 수 있지만 ‘외국인 거주자(a resident alien)’로 분류돼 국적은 한국인이다.
조승희는 9mm와 22mm 권총 두 자루를 가지고 16일 오전 7시 15분께(현지시각) 이 학교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에서 2명을 사살한데 이어 약 2시간 뒤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에서도 총기를 난사해 30여명을 사살한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 극적 반전 거듭한 ‘BBK 공방 드라마’ =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과 무관하다는 검찰의 지난 12월 5일 수사결과 발표로 김경준씨 송환 이후 20일간 이어진 ‘BBK 공방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20일을 돌이켜보면 처음엔 김씨의 ‘이면계약서’ 제시로 이 후보 쪽이 위기에 처하는 듯 했지만 홍종국 전 e캐피탈 대표가 이를 반박하는 주장을 펴고 나서면서 다시 김씨가 수세에 몰리는 등 롤러코스터식의 극적 반전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BBK 사건’을 놓고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벌이던 여야 정치권도 일희일비해야 했다.
예상과 달리 여유 있는 웃음까지 띠어가며 입국한 김씨 측은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선제 공세에 나섰다. 송환 다음날인 11월 17일 김씨가 내뱉은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갖고 온 게 있다”는 단 한 마디에 정치권은 크게 출렁였고 부인 이보라씨가 21일 LA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서 사본을 공개하자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다.
권력과 가짜 박사의 잘못된 만남은 1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획예산처 행정예산국장으로 잘 나가던 변씨는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현대미술아카데미를 수강했다.당시 강사는 금호미술관 큐레이터인 신씨. 고교 시절 미대 진학을 꿈꿀 정도로 미술에 심취한 변씨와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20대 중반의 신씨는 예술에 관한 대화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둘의 관계는 2002년께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한 듯하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의 의도적 접근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키도 크고 스타일이 좋은 신씨에게 미술애호가인 변씨도 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연아, 러시아컵 쇼트프로그램서 1위 ‘시즌 최고 점수’ = ‘은반 위의 요정’ 김연아(17, 군포 수리고 2)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1월 2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07~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5차대회 ‘러시아 컵’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는 이번 시즌 출전 선수 중 최고 점수인 총계 63.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날 김연아는 지난 3차대회에서 심판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스텝 연기와 점프를 집중훈련했던 효과를 나타내며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왈츠 ‘박쥐 서곡’에 맞추어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3차 시리즈에서 실수를 범했던 트리플-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를 매끄럽게 마친데 이어 트리플 러츠를 해내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연기서 김연아는 긴 팔과 다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기인 우아함을 내세워 심사위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 아프간 피랍자 19명 51일만에 귀국 =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으로부터 풀려난 한국인 19명이 피랍 후 45일만인 지난 9월 2일 오전 6시35분께 대한항공 KE95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유경식(55)씨 등 이날 귀국한 석방자들은 7월13일 아프가니스탄 해외 봉사활동을 위해 출국한 지 51일만에 천신만고의 위험을 넘기고 고국 땅을 다시 밟았다. 이들은 지난 8월 28일 이뤄진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석방 합의에 따라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석방됐으며 31일 ‘안전지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이동해 1박한 뒤 이달 1일 오후 9시50분께(한국시간)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이날 귀국한 19명 중 대표자로 나선 유경식씨가 소감문을 낭독했고 이들을 마중나온 고(故) 배형규 목사의 형 배신규(45)씨와 앞서 석방된 김지나(32.여)씨의 오빠 김지웅(35)씨가 탈레반에 살해된 배 목사와 고(故) 심성민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유씨의 양 옆에 자리해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김용철 변호사 ‘삼성 비자금’ 폭로 =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과 정황 증거물이 그룹 핵심 관계자에 의해 제시됐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2006년 3월 ‘전략기획실’로 개편)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10월27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갖고 “삼성이 (자신 명의의 계좌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삼성본관 2층 소재)에 거액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었다”며 관련 기록과 실태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문제의 계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설된 것이며, 이자소득세 납부 기록 등을 바탕으로 은닉 비자금의 규모를 50억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그는 “삼성은 본인 동의없이 은행, 증권사 등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자금 세탁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내가 입사할 때(1997년) 제출한 주민등록증 복사본과, 자기들이 임의로 만든 도장을 이용해 수시로 신규 통장을 개설하고, 해지했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상무, 법무팀장(전무급)을 거친데서 짐작할 수 있듯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 ‘빗나간 부정’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이 둘째아들(22)이 폭행을 당한 데 격분해 그룹 경호원들을 동원해 보복성 폭행을 한 의혹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당시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사건 다음날 거의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도 쉬쉬해 왔으며, 언론에 사건의 일부가 보도가 된 뒤에도 “내사중”이라고 연막을 피우는 등 재벌 보호에 안간힘을 썼다. 당시 김 회장 일행한테 폭행을 당한 술집 종업원들은 재벌과 경찰이라는 ‘권력’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한 채 50일 가까이 가슴앓이를 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들의 신분을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고 몇번이고 당부했다. 당시 한화 쪽은 “목격자들과 피해자들의 증언이 중구난방으로 터져나오는 바람에 우리도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김 회장이 폭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 2007 남북정상회담, 군사분계선 걸어서 넘던 순간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월 2일 오전 9시5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국군통수권자인 우리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것은 1953년 휴전 이후 54년만이다.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육로로 넘는데 걸린 시간은 4분에 불과했다. 분단 반세기 동안 꽉 막혀 있던 ‘금단의 선’은 이토록 짧은 동안에 뚫렸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9시1분 군사분계선 30m 전방에 멈춰섰다.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차에서 내린 뒤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노 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군사분계선까지 걸어갔다. 노 대통령은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등 참모들과 악수를 나누고 군사분계선에 권 여사와 나란히 섰다. 잠시 벅찬 표정을 지은 노 대통령은 육로 방북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한 마디 하고 (북으로)넘어가는 거죠”라고 운을 뗀 뒤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레는 날인데 오늘 이 자리에 선 심경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 이랜드는 왜 비정규직 십자가 짊어졌나 = 이랜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올 한해였다. 노조원들의 21일간에 걸친 점거농성은 공권력에 의해 강제해산됐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사회단체는 이랜드 불매운동과 매장 점거 농성을 전개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1980년 6㎡(2평) 남짓한 옷가게에서 시작해 패션과 유통은 물론 식품, 호텔, 인테리어, 건설, 가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신화창조 그룹 이랜드. ‘나눔과 섬김’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대표적 기독교기업 이랜드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 악덕 기업”이라는 비난과 함께 비정규직 해법의 시험대에 올랐다.
박성수 회장이 가진 노조에 대한 인식은 노동계의 지탄의 대상이 됐다. 노조를 ‘비성경적이며 공산주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수 회장은 틈만 나면 가족적 공동체를 주장하면서도 노동조합을 비성경적이고 반기업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