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버는 것보다 쉴 권리가 필요해요”

이미경 의원,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 건강권 및 휴식권 보장 특별법 발의

2012-11-08     변주리 기자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이 발의됐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대형유통마트에서 장시간 근무로 고통을 받아왔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생긴 것이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들도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대형유통업체들과 현재의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이번 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노동자 “연중무휴, 장시간 연장 근무…마트서 일하면 가족과 단절”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 의원(민주당)과 ‘유통서비스노동자 및 환경보호특별법 추진을 위한 전국연석회의’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 근로자 보호와 대규모점포 등의 주변생활환경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이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특별법은 이 의원을 포함해 모두 18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대형마트의 야간(심야)영업과 백화점의 장시간 연장영업을 규제하여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미경 의원은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선택권보다는 그 안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함으로써 출산과 육아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직장생활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특별법은 여성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인상보다 장시간 노동 안했으면”

조사에 따르면 유통서비스근로자 중 판매직의 경우 22~35%가 근골격계질환을, 5년 이상 근무자 중 411%가 하지정맥류 질환을 앓고 있으며, 대부분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통업체들의 과당 경쟁이 연장영업 혹은 24영업으로 이어지면서 성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백화점 1층에서 수입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엘카코리아 노동조합 이미숙 위원장은 하루 11시간 가량을 일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루 법정 근로시간이 8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2~3시간 정도를 추가 근무하고 있다”며 “평일에는 8시, 주말에는 8시 반에 폐점을 하지만 마감이나 뒷정리를 하다보면 10를 훌쩍 넘긴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최근에는 ‘나이트파티(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백화점 영업시간 이후에 여는 특별한 쇼핑행사)’를 하면서 연장근로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됐다”며 “사실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연장노동이나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테스코 노동조합’ 진영미 여성부장은 “연중무휴 24시간을 영업하기 때문에 추석과 설날에도 일을 해야 한다”며 “이 일을 하는 8년 동안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모습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회사에서는 업무 특성상 저녁과 밤 시간 근무를 원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마트에서 일하면 꼭 이렇게 가족들과 단절되서 일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연중무휴로 일을 하다 보면 (매장 관리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비도 새고, 공기도 탁해진다”며 “고객의 안전과 직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살리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휴무제 도입은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중소상인들의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중소영사상인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대형유통업체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실장은 “현재의 시장 경재 시스템은 대형마트와 비교해서 중소상인들이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며 “사실 대형마트의 장시간 또는 연중무휴 영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생계형 자영업자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들은 전력 수요가 적은 일·공휴일과 심야시간대에 사용하는 전기의 요금을 가정용 전기료 30% 수준(산업용 ‘경부하 요금제’)으로 적용받고 있다.

이 실장은 이어 “60~70%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가족 구성원을 무급종사자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그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반드시 연장영업과 주 휴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이 이번 18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미경 의원은 도시 서민들의 환경권과 관련해 “대형유통매장의 영업시간을 적절하게 제한함으로써 탄소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야간에 빛과 소음공해를 줄임으로써 친환경 영업활동을 권장하는 것 역시 이번 이법의 취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