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선 氣싸움…'캐스팅보트' 강재섭
2008-12-22 박주연 기자
【서울=뉴시스】총선이 내년 4월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부터 한나라당내 각 계파간에 공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권 대권 분리의 원칙'을 수정해 대통령이 당에 관여해야 하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당선자의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박희태 의원은 대선 다음날인 20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당권대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현 당헌당규에 대해 "지금의 시스템은 야당 시스템"이라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서도 "이제는 야당처럼 자전(自轉)할 수 없다"면서 "공천도 대통령과 잘 협의해 정국운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이번 총선 공천에 이명박 당선자가 관여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친박(박근혜)진영은 이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원칙을 강조해온 박근혜 전 대표가 당헌개정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당권·대권 분리는 당헌당규상의 규정"이라며 "규정이 정치적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경될때는 그에 맞는 명백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당원들의 총의 민의가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당권을 잡고 있는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박희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폐가 있는 말"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강 대표는 "현재 당이 만들어놓은 지도체제가 내년 7월까지 가는데 그 전에 당헌당규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야당일 때는 대권 자체가 없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것은 결국은 우리가 여당이 되고 대통령을 배출한 당일 때를 예상하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취지는 제왕적인 대통령, 총재를 만들어서 국회 여당이 전부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자와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진행되도록 주례회동을 하든지 해서 관계를 잘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의 공천을 담당할 공천심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강재섭 대표가 공천심사위원을 임명하며, 당내외 인사 20인 이내로 구성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강 대표를 비롯해 친이계의 정형근 전재희, 친박계의 김무성 김학원, 중립의 한영 최고위원으로 양 세력이 비슷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강재섭 대표가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당권 대권 분리의 원칙은 적어도 강 대표의 임기가 유지되는 내년 7월까지는 유지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헌상 내년 7월까지는 강재섭 대표에게 공천심사위원 임명권이 있다"면서 "최고위원회 구성을 봤을 때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강재섭 대표"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칙을 지켜주지 않으면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그 명분으로 탈당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며 "이명박 당선자도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