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 막으려는 정부 입김 작용했나
산업은행, 한국GM 법인분리 찬성한 배경은
10년간 GM잡기 일단 성공…약속 유지는 ‘미지수’
2018-12-19 송정훈 기자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KDB산업은행이 한국GM 법인 분리에 전격적으로 동의하면서 산은과 GM의 관계가 갈등에서 협력으로 급선회한 모양새다. 산은이 법인 분리 찬성으로 방향을 튼 것은 법인 분리가 부품공급 확대와 고용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러나 여전히 칼자루를 쥔 쪽은 한국GM이며 노조도 산은의 입장변화에 부분 파업 돌입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고용한파를 막으려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GM이 생산과 연구개발(R&D)로 법인을 분리하는 데 동의한 산은은 지난 18일 GM과 ‘주주간 분쟁해결 합의서’를 체결했다. △신설법인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 △향후 10년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 △추가 연구개발 확보를 위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할 것 등이 주요내용이다. 산은은 최소 10년간 GM을 묶어둘 수 있게 됐고 GM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4045억원을 출자 받게 됐다.산은은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실력행사에 적극적이었다. 군산공장 폐쇄에 대응해 실사 등 견제수단을 동원했고, 일방적 법인분리 주주총회에는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모두 ‘합의’를 이끌어냈다. 산은으로서는 국내 자동차산업과 고용을 위해 GM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이동걸 회장은 이와 관련, “GM의 요청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국내 업체의) 부품 공급률 증가, 협력업체 신규고용과 생산유발 효과 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신설 법인의 R&D거점 지정에 대해선 “부품 업체도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어서 부품 공급 능력이 커진다”며 “R&D법인과 생산법인에 모두 좋다”고 설명했다.산은은 한국GM이 생산법인과 R&D법인으로 분리돼도 두 법인에 대해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다만 합의서의 법적구속력에 대한 논란과 GM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실제 올해 초 산은은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를 막기 위해 GM과 협의를 진행하고 지난 4월 7억5000만달러를 출자했다. 당시 이 회장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며 GM이 약속한 6조8500억원의 투자와 향후 최소 10년 한국GM 운영 등을 강조했다.하지만 7월 한국GM이 일방적으로 신설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신뢰는 깨졌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의 깜깜이 경영을 사실상 막을 카드가 산은에게는 없는 상황”이라며 “신의에 문제가 있겠지만 약속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노조의 반발도 문제다. 노조 측은 산은이 갑자기 법인분리를 찬성한데 대해 이날 부분 파업을 실시한데 이어 강도 높은 투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노조 측은 산은과 한국GM의 합의에 대해 “결론적으로 노동조합은 철저하게 배제된 채 정부와 여당, 산업은행 간 밀실협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기습 주주총회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