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운하 건설 여부 국민여론에 따라 결정해야

2007-12-23     이재원 기자

[매일일보닷컴/정책보도자료] 지난 21일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한반도대운하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중에 대운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당선자의 다른 측근들로부터는 인수위에 운하추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한 때 이명박 후보의 제1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 공약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약자료집 한 귀퉁이로 밀려나 애물단지 정도의 취급을 받았었다. 경제성이 없고 막대한 환경파괴를 초래할 토목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과 강력한 반대여론을 의식했던 탓이다.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당선된다면 국민여론과 전문가 등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그런데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보란 듯이 특별법과 인수위 내 운하 태스크포스 설치를 운운하는 것은,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해 국민을 기만했거나 이제 당선된 마당이니 국민을 하찮게 보겠다는 오만으로 해석될 수 있다.박승환 의원은 현행 수도법과 하천법 등에 의해 대형 선박이 하천을 다닐 수 없고 하천준설의 허가권도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경제성검토, 문화재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사회적 검증수단을 비켜가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운하 추진론자들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고 수차례 발언한 바 있다.서해 기름오염 사고는 상수원으로 선박을 운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운하에는 기름을 싣고 다니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유류 운송을 배제할 경우 도대체 운하를 통해 무엇을 실어 나르겠다는 것인지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이명박 당선자는 지금 필요한 것이 운하 특별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선 건설하겠다는 운하의 용도와 구체적인 노선부터 밝혀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자신의 공언대로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목적이 불분명하고 노선조차 확정하지 못한 계획을 두고 특별법과 추진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은, 개발중독증에 걸려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