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건설 산업의 생산체계 개편 방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전문건설업체의 종합시장 진출요건, 종합건설업체의 전문시장 진출요건 및 상호시장 진출 시 종합·전문 업체의 구비요건, 직접시공의 원칙 등의 내용이 담겼다.이렇게 건설 산업의 생산체계 개편의 움직임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일본의 건설업 허가 제도에서 한 가지, 짚어 볼만한 내용이 있다.일본의 건설업 허가 제도는 수주하고자 하는 지역의 범위에 따라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1개 현에서 수주하기 위해서는 ‘도도부현 지사허가’, 2개 현 이상에서 수주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성 장관허가’로 구분해 수주하고자 하는 공종(‘일식’, ‘미장’, ‘도장’ 등 29종)을 취득해야 한다.자신이 원도급자인 프로젝트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하도급 업체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정건설업’으로 등록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건설업’으로 충분하다. 또 건설업 허가 조건은 우리나라보다 낮아 조건을 만족한다면 건설 기능자 또는 기술자 1명으로도 허가를 취득할 수 있다.이러한 건설업 허가제도 하에서 1963년 후쿠오카 현에서 타일공사업과 방수공사업으로 창업한 A사는 사업이 성장하면서 1985년 일식공사허가(프로젝트 종합관리허가, 시공허가가 아님)를 취득했고 현재 16개의 허가를 보유한 연 매출 100억원대의 지역구 중형 건설업체가 됐다.1948년 나고야에서 목공사를 담당하던 한 십장은 1950년에 목공사 허가를 가진 건설업체 B사를 창업하고 이후 사업이 확장돼 1968년에 일식공사업을 취득하고 1975년에는 특정건설업을 등록해 현재는 전국구 건설업체가 됐다.이 외에도 일본의 5대 초대형 건설사라고 불리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지마 건설, 시미즈 건설, 타이세이 건설, 타케나카 공무점, 오바야시구미도 모두 과거에는 한명의 기능자(기술자)가 지역 건설업체를 창업한 것에서 시작했다. 즉 일본에서 지역 중소규모 건설업체에서 전국구 또는 대규모 건설업체로 성장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앞선 사례들에서 주목할 점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십장, 반장들 또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사업이 확장돼 감에 따라 업체의 규모가 성장했다는 것이다. 즉 개인 기능자 또는 기술자가 지역구 중소건설업체로, 지역구 중소 건설업체가 전국구 중소건설업체 또는 지역구 대형건설업체로, 최종적으로는 전국구 대형건설업체로 진화하는 것이다.우리 건설 산업은 국제 경쟁력 확보, 원하도급 간의 공정거래 확보 및 젊은 층 확보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많은 것이 생산체계와 연관돼 있다. 건설 기능인이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해 성장하더라도 하나의 전문 기술에 특화된 전문건설업체를 창업하기 위한 벽이 높다. 전문건설업체를 창업하더라도 많은 프로젝트에서 하도급자로서의 역할에 제한되기 때문에 종합적인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므로 종합건설업체로 성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따라서 현재의 우리 건설 산업이 젊은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건설기능인으로서의 비전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젊은 층은 건설 기능인의 길을 기피하고 이는 곧 젊은 기능 인력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건설 산업의 생산체계는 많은 주체의 이익이 연관돼 있는 만큼 변화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생산체계 개편이라는 기회를 통해 연결성과 확장성이 확보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장 루트를 만들어 줌으로써 단절적인 시스템이 아닌 기존 종사자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우리 건설 산업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