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국’ 새 정부 출범 마지막 ‘변수(?)’
[집중분석] ‘이명박 특검법’ 국무회의 의결…정치권 ‘태풍의 핵’ 되나
2007-12-26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한 ‘BBK 특검법’ 공포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의결, ‘특검 정국’이 새 정부 출범을 2개월 여 앞두고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식명칭만 무려 42자에 달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 범죄혐의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한나라당의 집요하고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모든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는 2월 25일까지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특검의 수사 대상은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증권 거래법 위반 혐의 ▲공금횡령과 배임 등 재산범죄 사건 ▲도곡동 땅과 다스의 지분주식과 관련된 공직자 윤리법 ▲공직선거 위반 사건 ▲서울시장 재직당시 2002년 상암동 DMC 특혜의혹 등 범위가 상당히 넓어, 정치권의 관심은 특검이 현직 대통령은 아니지만 대통령 당선자를 과연 직접 조사할 수 있는지에 집중돼 있다. 또한 어떤 혐의가 만약 드러날 경우 당선자에 대한 ‘기소’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 임기 시작 전까지는 대통령의 신분을 갖지 않기 때문에 ‘헌법상의 특권’(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을 갖지 못해 기소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법조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특검 결과에 따라 형사상 기소가 가능하고 유죄로 판결시 대통령 당선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취임식 전에 수사ㆍ기소ㆍ선고가 될 경우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어찌됐든 ‘경우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특검에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경우 이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특검수사의 결과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이와 관련 특검 결과에 따라 새 정부를 구성할 당선자 측이나 특검을 주도했던 범여권 모두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이는 이 당선자의 지난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데, 그는 당선이 확정된 뒤 선대위 해단식에서 특검과 관련, “틀림없이 공정하게 법이 제대로 집행되면 검찰 수사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며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특검을 받아서 특검에서 ‘무혐의’로 확실하게 다시 한번 나오면 이것을 문제 삼았던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만약 특검에서마저 BBK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 이는 BBK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법까지 강행ㆍ통과시킨 통합신당 박영선, 정봉준 의원 등이 (흑색선전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자칫 특검 추진세력의 정치생명은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자칫 ‘이명박 대세론’의 장기화와 범여권의 몰락, 구체적으로 말하면 진보ㆍ개혁진영의 총체적인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한 그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상당한 ‘폭발력’을 갖고 있는 특검법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은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마지막 한판승부라는 분석이다.
특검법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 직후 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해왔고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도 대선 패배에 대한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했지만, 청와대는 “다른 판단을 할 이유가 없다. 수용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청와대는 왜 정치권 일각의 반대와 걱정에도 불구, 이런 ‘일관된 기류’를 고집했을까. 일단 ‘원칙’ ‘명분’ 그리고 ‘절차’를 중요시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수사결과와 대선 직전 공개된 이명박 당선자의 BBK 관련 동영상 인터뷰 내용이 서로 다르게 나온 뒤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 검토를 지시했고, 대선 직전인 지난 17일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특검을 통해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고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특검을 통해 재수사를 ‘사실상’ 지지했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한나라당이 반대한다고 턱하니 반대 여론을 따라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을 강조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에도 맞지 않다는 게 여권과 청와대의 반응이었다. ‘대선 결과와 특검법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특히 이명박 당선자가 후보 시절 ‘특검법 수용’ 입장을 밝혔다는 점은 노 대통령이 당선자의 눈치를 보며 특검법을 거부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 국회가 의결해서 정부로 보내온 법안을 되돌려 보낼 명분이 아니었다는 청와대의 판단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청와대는 언론 등을 통해 줄곧 “검찰 수사 결과가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또 검찰을 위해서도, 그리고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도를 걸어왔다.이밖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 조성되지 않았던 점도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압박 속에서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BBK 동영상 공개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이명박 후보는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이는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믿는 국민이 많기 때문이며,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수사발표를 불신한다는 의견이 높은 상황.한 예로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도곡동 땅과 다스의 지분주식과 관련된 공직자 윤리법’이 포함돼 있는데, 절반 이상의 국민은 여전히 “수사 발표 당시 검찰은 ‘이명박 무혐의’라고 판정을 내렸으나 도곡동 땅 매매대금이 다스로 유입된 것을 확인하고도, 다스의 실소유주를 밝히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며 검찰이 국민적 불신만 키운 채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검찰은 또 이명박 당선자의 BBK 관련 언론 인터뷰, 명함 등에 대해서도 “수사의 핵심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전혀 조사하지 않았고, 이 당선자에 대해서도 단 한 차례도 직접 조사하지 않았는데, 이 점과 관련해서 역시 ‘BBK 의혹’은 “특검이 밝히는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정치권 각 정파들의 이해 및 요구와 상관없이 ‘검찰이나 이 당선자의 신뢰회복을 위해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게 노 대통령이 장고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