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회-경제계, 표준감사시간제로 갈등 고조
표준감사시간제 시행 앞두고 초안·공청회 일정서 이견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회계업계와 경제계 갈등 고조로 표준감사시간 제정안 확정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회계 질을 높이고자 충분한 감사시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반면, 평균 2배가 넘는 표준감사시간에 대한 기업 부담도 우려돼 타당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가 시발점이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는 당초 지난 20일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였지만, 경제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한공회는 내년 1월11일 공청회를 갖기로 하고 감사시간의 정밀한 완성도를 토대로 경제계간 수용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 규모나 업종 등을 고려해 일정한 감사시간을 보장함과 동시에 기업의 회계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적절한 감사시간과 인력투입을 하지 않고 낮은 가격을 내세워 수주 경쟁에만 급급한 회계법인들을 조치하기 위해 외부감사법을 개정해 도입했다.
한공회는 지난 10월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달까지 총 다섯차례 회의를 열어 감사시간 산정방법, 산정결과, 제정안 등을 검토·심의했다. 내달 11일 본회에서 열리는 공청회 자리에서 상장 여부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6개 그룹으로 구분해 시간을 조정 적용하는 방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늘어나는 감사시간에 대한 기업 부담을 감안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에 우선 적용하며, 중소기업과 비상장사는 시간을 단계적으로 탄력 조정하는 방식을 택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룹은 기업 자산 규모 기준은 △개별기준 2조원 이상 및 연결기준 5조원 이상 상장사(그룹1) △상장사 중 그룹1과 코넥스를 제외한 일반 상장사(그룹2)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코넥스 상장사·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사(그룹3) △500억~1000억원 비상장사(그룹4) △200억~500억원 비상장사(그룹5) △200억원 미만 비상장사(그룹6)로 나뉜다.
표준감사시간위원회가 개별 감사 상황을 고려해 감사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3년마다 감사환경 변화 등 감사시간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이를 반영한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 단체는 한공회가 비현실적인 표준감사시간을 만들어 무리한 감사보수 상승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2배가 넘는 표준감사시간 산정 기준과 감사보수에 대한 기업 부담 해소가 우선이라는 쪽에 입장을 굳혔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과 함께 회계개혁 내용의 한 부분으로 설계·시행되기를 바란다”며 “적어도 2~3년을 경험과 자료를 구축하는 시기로 운영하면서 설계한다면 좀 더 성공적인 제도 정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해관계자 수가 극히 작은 소규모 비상장 중소기업(그룹6)에 대해서는 제도 적용을 배제해, 소규모 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