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당 창당, 결국 지분나누기?

‘사람’ 아닌 ‘정책’으로 탄생하는 신당 돼야

2012-11-15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 = 도기천 기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정계개편에 나서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청와대에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넣고 난 뒤부터 개편 논의가 불붙고 있다. 박세일 신당, 박근혜 신당, 친이(친이명박)계 신당 등 말들도 무성하다. 실체는 없고 온갖 ‘설’만 나돌고 있다.

야권은 다음달 17일 통합신당 창당을 목표로 범야권통합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민노당 등 진보정당들이 빠져 흥행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여야 모두 안철수 원장을 모셔(?)오려고 안간 힘을 쓰는 모습도 목격된다.

이들이 겉으로는 10.26재보선으로 확인된 민심을 받아들이겠다며 신당을 창당한다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지분 나누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먼저 한나라당은 당권파가 당쇄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영남권 친박계 중진들의 거센 반발로 쇄신안이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친이, 친박, 쇄신파 등 각 계파가 서로 선거책임을 전가하며 충돌하고 있다.

대립의 뿌리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누가 쥐느냐다. 어느 쪽이든 당권을 잃게 되면 그 즉시 뛰쳐나가 신당대열에 합류할 태세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야권통합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야4당 통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공천지분을 내려놓으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공천기득권을 가진 호남권 중진들은 한나라당의 영남권 의원들처럼 사사건건 지도부에 태클을 걸고 있다. 일부 현역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의 저항도 완고하다.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자’던 야권통합의 기치는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의 분열은 ‘제2 자유선진당 창당’으로 귀결될 것이며, 야권의 통합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는 선에서 끝나게 될 공산이 크다.

국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신당’을 원하는 게 아니다. 전세난, 고용, 교육문제 등 ‘민생고(民生苦)’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지금의 정치권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마음이 안철수를, 박원순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권은 합종연횡과 지분 챙기기를 멈추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정책부터 입안하기 바란다. ‘신당’은 그 다음 순서다.

명망가를 등에 업고 탄생했다 그 명망가가 떠나면 사라지는 정당들을 숱하게 봐왔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정책’으로 탄생하는 신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