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RM 기업, 빅데이터 광산으로 새롭게 가치 평가

2019-12-28     홍석경 기자
[김현겸 한국코퍼레이션 대표이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CRM 사업은 기업들이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본격 시작됐다. 주로 이동 통신사들과 대기업들이 자체 콜센터 형식으로 운영하던 것이 지난 90년대말 IMF시기를 거치며 전문 CRM 기업들의 아웃소싱으로 전환됐고 한국코퍼레이션, 효성ITX 등 CRM 전문기업 전성시대를 열어왔다.최근엔 쿠팡, 티몬 같은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모바일을 이용한 상품 구매활동이 증가하고 카카오뱅크, K뱅크 등의 온라인 기반 은행 등 많은 사업들이 비대면 서비스로 변모하면서 성장을 이어왔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A.I 등의 발달로 인해 CRM 전문 기업들이 지표로 내세우던 상담원 좌석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먼 미래엔 완전히 소실돼 CRM 업계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한다.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최근 전문 CRM 업체들이 초고액으로 매각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의 콜센터 운영으로 유명한 CRM 전문기업 ‘유베이스’는 최근 3800억원이라는 거액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또 다른 CRM 전문기업인 메타넷, 한국코퍼레이션도 유베이스와 비슷한 규모로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유베이스가 1만 3천석의 상담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지만 통상 CRM 업계의 인수 대금으로 보면 3800억원은 꽤나 큰 금액이다. 그것도 100% 지분인수가 아닌데 말이다. AI를 활용한 지능형 챗봇 등의 도입으로 인해 1만 3천석의 좌석이 서서히 모두 사라질 수도 있는 기업을 왜 3800억원을 주고 인수 했을까?답은 CRM 전문기업인 유베이스에서 생성되는 실고객의 생생한 데이터에 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는 정보가 필수적이다. CRM 기업은 유선전화, 채팅상담 등을 주로 이용해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운영되며 여기서 나오는 정보들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이 정보들은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발생하며 고스란히 누적된다. 그래서 혹자들은 CRM 기업들에서 파생되는 방대한 정보를 이용하면 엄청난 빅데이터 군집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CRM 기업들을 ‘데이터의 광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앞으로 CRM 전문 기업들은 지난 30년간 지속해온 상담석 점유 경쟁을 종료하고 챗봇, AI 등 IT 기술을 활용한 고객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고객 및 고객사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가장 강력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이로 미뤄볼 때 IT로 무장한 CRM 사업은 더 이상 사양길을 걷는 레드오션이 아니다. 정보를 얻는 데이터의 광산이 존재하는 한 정보를 재구성하고 분석, 조립해 재생산하는 블루오션으로 성장해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내가 대표로 있는 한국코퍼레이션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 회사는 CRM 사업에서 파생되는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계최대의 IT 기업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제휴해 클라우드 기반의 컨택센터를 국내 최초 도입해 확산시키고 있다. 향후 대부분의 CRM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 대열에 동참하리라 본다. 미래의 모든 사업은 데이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