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통일시대' 역행하나?

통일시대 역행하는 통일부 축소.폐지 황당...통일부 당국자, “통일부 축소로 남북관계 소홀하면 한국 6자회담에서 겉돌 수도…”

2007-12-30     신대원 기자

[매일일보제휴사=폴리뉴스]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측이 통일부의 폐지 내지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통일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를 통폐합하거나 존속시키더라도 대폭 축소시킬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잠시 머뭇거리고는 있지만 2008년에는 북핵문제가 핵폐기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등 북핵 6자회담이 진전되고 있으며, 한국전쟁의 종전을 위한 ‘4자 정상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앞둔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부의 폐지.축소는 통일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와 인수위측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햇볕정책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통일부가 지난 10년 동안 지나치게 비대화됐다는 판단하에 통폐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외교부 통폐합, 국무총리실 흡수, 대폭 축소 방안 등 논의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의 인적 구성이 간사인 박진 의원과 위원인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 북한문제 전문가가 아닌 외교전문가들만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해준다.이와 함께, 이 당선자의 후보 시절 대북정책을 조정했던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개의 조직개편안이 제출됐는데, 대부분 통일부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라며 “(통일부의) 대응이 안이하다”고 밝혔다.남 교수는 이어 “남북간 대화는 속도보다 이행 여부가 중요한데, 통일부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회담만 하러 다니고 있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현재 인수위측에서는 통일부 조직개편과 관련 외교통상부에 통폐합하거나 국무총리실 산하 일개 처로 흡수시키는 방안, 또는 존치시키되 대폭 축소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사실 참여정부의 통일외교안보조직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분산돼 있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은 있어왔다.이 때문에 각 부처별로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 정보를 독점한다거나 정책 생산, 집행에서 입장차이가 조율되지 못한 채 공개되면서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그러나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로서의 상징성과 중량감, 그리고 남북은 국가대 국가의 외교관계가 아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특수관계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통일부의 통폐합 내지 축소는 안된다는 지적이다.아울러 현실적으로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만 하더라도 국방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수많은 부처가 연관돼 있어 이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통일부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통일부 존폐 논의와 관련 한 당국자는 “분단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며 “분단.통일과 관련된 업무와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통일부는 통일이 될 때야 없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 다른 당국자 역시 “남북문제는 본질적으로 외교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북미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세가 막혀 있을 때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남북관계 진전인데, 이때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북측과 소통하면서 나름대로 신뢰를 구축한 통일부다”고 역설했다.특히 이 당국자는 6자회담에서 대북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외교역량의 이중적 배치를 방지하기 위해 통일부를 외교통상부로 통폐합시켜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남북간 산적한 문제는 북핵문제만이 아니다”라며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간 교류협력이 확대되면 통일부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축소로 남북관계 소홀하면 한국 6자회담에서 겉돌 수도…”

그러나 이들 역시 이 당선자와 인수위측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설정될 지 큰 관심을 보이면서 향후 통일부의 존폐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한편 전영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론 통일부가 시대 흐름에 맞게끔 변화해야 하겠지만 남북관계가 보다 발전된 만큼 오히려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 연구원은 또 “올해 6자회담을 보면 북미관계는 급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납치문제에만 매몰되면서 6자회담에서 소외됐다”며 “통일부 축소 혹은 폐쇄 이후 남북관계가 소홀해 진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6자회담에서 겉돌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신대원 기자 (폴리뉴스/(구)e윈컴정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