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 회장, 재출마 자격 있나?…논란 일파만파

18일 회장 선거, 최 회장 연임 여부 ‘안개 속’

2012-11-16     변주리 기자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농협중앙회 회장선거가 최원병 회장의 재임 도전으로 연일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의 피선거권 자격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선거를 불과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재출마 자격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최 회장이 2007년 취임 당시의 공약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최 회장이 18일 당선된다 하더라도 자격 및 자질 논란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겸직 금지’ 조항 위배…‘피선거권’ 법정 다툼 일 듯
아들 특혜채용·대의원조합 편중 지원…논란 일파만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후보로 출마한 최 회장의 피선거권 자격 논란에 대해 선관위가 “농협 정관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서울시 선관위가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독립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서울시 선관위는 무엇이 무서워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한마저 포기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의 이번 결정으로 최 회장의 피선거권 문제를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각종 법정 다툼으로 선거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설령 최 회장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출마 자격 논란

최 회장의 경쟁 후보인 최덕규 경남 합천 조합장 역시 농협중앙회장 선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임을 밝혔다. 최 회장의 피선거권 자격 여부를 행정소송을 통해 판가름 짓겠다는 것.

이렇듯 최 회장의 피선거권 자격 논란이 일게 된 데에는 농협중앙회 정관 74조와 관련이 있다. 이 정관에 따르면 ‘본회 또는 회원의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 법인의 상근 임원을 사직한지 9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자’는 회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이 회장 후보등록신청일 직전까지 사단법인 농민신문사 회장 및 농협대학 이사장,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 농촌사랑운동본부 상임대표직을 겸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측은 “농민신문사는 중앙회 회원조합의 출연을 받은 것이 아니”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민신문사가 농협중앙회 출자 회사라는 의혹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취임 당시 “재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재임 도전이 떳떳치 못한 상황이다.

정부 임명제에서 직선제로 전환된 1998년부터 당선된 1~3대 회장이 모두 임기 중 구속되자, 2004년 중앙회장을 비상근 명예직으로 변경하는 법 개정에 이어 최 회장 역시 2007년 취임과 동시에 “이제는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개혁을 역설했던 것이다.

최 회장은 이후 중앙회장의 임기를 ‘연임 가능’에서 ‘4년 단임’으로 제한하고, 중앙회장의 인사추천권을 이사회에서 설치한 인사추천위원회로 넘기는 등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를 추진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 같은 ‘중앙회장 권한 축소’를 상황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4년 단임’ 제한이 임기 중에 개정된 법이라 해당이 안 된다는 점을 들어 이번 선거에 출마한 최 회장이 지난 4월 사상 최악의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나는 비상임직이기 때문에 전산업무를 잘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각종 논란에도 재선의지 ‘꿋꿋’

특히 최근 연임을 노리고 대의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7년 “지원금을 투명하게 운용하겠다”던 최 회장이 조합 지원금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집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한겨레>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전체 조합장 직선제에서 대의원 조합장들의 간선제로 바뀐 이후, ‘일반 조합’보다 ‘대의원 조합’이 더 많은 무이자 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농산물 판매사업 등에 써야 할 무이자 자금을 최 회장이 연임을 위해 악용했다는 의혹이다.

무이자 자금은 농협중앙회와 1171개 회원 조합들이 적립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제 사업이나 경영이 어려운 조합에 지원되는 자금으로, 농협 회장이 전국 조합들에 임의로 배분할 수 있어 그동안 비리의 원산지(?)로 지목돼 왔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농협중앙회장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 조합’ 288곳 가운데 무이자 자금을 받은 217곳의 평균 지원 금액은 56억49000만원인 반면, 조합장이 중앙회 대의원인 ‘일반 조합’ 759곳은 평균 35억82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의원 조합 가운데 조합장이 중앙회나 22개 자회사 임원 등의 보직을 맡은 곳의 평균 지원금은 65억9600만원에 이르렀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공석이 된 20여개의 자회사 임원 자리에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조합장을 앉혀 최 회장이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행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농협중앙회 노조는 15일 최 회장의 아들 최모씨(30)가 안강 농협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연일 최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무이자 자금은 내부 심의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심사해 지원됐다”고 해명했으며, 후보 자격과 관련해서도 “법정 공방이 발생하더라도 최 회장의 재선 의지는 여전한 것 같다”고 밝혔다.